한은, 9개월째 기준금리 年2.5% 동결…"금융안정 제일 중요" 김중수의 마이웨이

입력 2014-02-13 20:44  

내달 임기 마지막 금통위서도 '동결' 유력
시장선 '인하' 기대…차기 총재 행보 관심



[ 김유미 기자 ] “누가 보든지 금융 안정이 제일 중요한 겁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게 뭐가 있겠습니까.”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유를 설명하다 기자들에게 던진 반문이다. 평소 두루뭉술한 ‘김중수 화법’과는 조금 달랐다. 시장과 학계 일부에 남아있던 금리 인하론을 한 마디로 반박한 것이다.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온존한 상황에서 섣불리 금리를 올릴 수도, 내릴 수도 없다는 판단이 ‘9개월째 만장일치’ 금리 동결의 배경이었다.

◆‘동결은 매우 중요한 결정’

이날 열린 2월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2.5%로 동결했다. 어차피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경기 활성화, 원화 강세 진정을 위해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 미국 양적완화 축소로 신흥국 자금 유출이 본격화하면서 명분이 약해졌다. 오히려 인도와 터키 등 일부 신흥국은 자금 유출을 막으러 금리 인상에 나선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시장에선 금리 인하의 기대감이 완전히 사그라진 것은 아니었다. 전날 한 외국계 증권사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채권시장이 꿈틀거린 데 이어, 이날 금통위 직후엔 ‘위원 한 명이 금리 인하 소수의견을 냈다’는 루머까지 돌았다.

김 총재는 이날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금융 불안을 희망하거나 여기에서 이득을 얻는 사람도 있지만 큰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며 이 같은 분위기를 경계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금융 안정’이라는 강조가 이어졌다. 그는 “정책금리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글로벌 금융 상황이 불안해도 국내는 안정적이라는 신호”라며 “(금리 동결은) 매우 중요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뿐 아니라 대다수 신흥국도 2012년 이후 금리를 조정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음달도 동결될 듯

경기에 대한 한은의 판단도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이날 금통위는 ‘통화정책 방향’에서 “수출이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경기가 추세치를 따라 회복세를 지속했다”고 밝혔다. 경기 하강을 방어하기 위해 굳이 금리를 낮출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신흥국 위기로 흔들렸던 금융시장이 회복세를 찾고 있는 점도 주시했다. 김 총재는 최근 신흥국 불안에 대해 “1990년대 말 아시아 위기 때처럼 취약하진 않다”며 “신흥경제권의 불확실성은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상황에 대해서는 외국인이 채권시장에서 나가지 않고 있다며 “(다른) 신흥국과 좀 다른 방향을 보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신흥국 가운데 안전투자처로 떠올랐는지에 대해선 “금융시장은 매우 유동적이므로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김 총재의 임기 마지막 금통위인 다음달 13일에도 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명실 KB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한은이 당장 금리정책에 변화를 줄 의사가 없다는 게 다시 확인됐다”고 말했다.

윤여삼 KDB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시장에서 기대한 것처럼 금통위에서 소수의견이 나오지도 않았고 경기 방향에 대한 의심도 크지 않았다”며 “그런데도 채권시장 금리가 하락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는 건 변화의 기대가 여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은 총재가 바뀐 뒤 통화정책 기조가 바뀔 수 있다는 기대감이 많다는 얘기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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