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적률 등 개발제한…기업들 거들떠도 안보던 땅
서초구, 관계기관 설득 규제 풀어 1조3000억 유치
[ 강경민 기자 ]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우면2지구 우면초등학교 인근 공사현장. 자재를 끌어올리는 크레인과 굴착기가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장비를 실은 덤프트럭이 수시로 드나들었고, 1000명이 넘는 인부들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3층 높이까지 올라간 철골 구조물이 눈에 띄었다.
○비닐하우스촌을 R&D센터로
이곳은 2015년 5월 입주 예정인 삼성전자 우면 연구개발(R&D)센터 공사 현장이다. 서초동 삼성타운의 두 배인 5만9822㎡ 부지에 지상 10층, 지하 5층 6개 동의 건물이 들어선다. 연면적 33만㎡ 규모로 아시아 최대 R&D센터다. 사업비만 1조3000억원이 투입된다.
삼성전자는 이곳을 애플 등과의 경쟁에서 취약점으로 지목되는 디자인·소프트웨어 역량을 키우는 연구소로 쓸 계획이다.
공사를 맡은 삼성물산 측은 “1년365일 내내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완공 시점인 2015년 5월까지 마무리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3년 전까지만 해도 우면2지구는 화훼를 재배하는 비닐하우스가 늘어선 곳이었다. 인근 양재동에 현대·기아자동차 LG전자 모토로라 KT 등의 대기업 연구소를 포함해 240여개의 연구소가 입주해 있지만 이곳은 용적률 240% 이하, 층고 4층 이하로 개발이 제한돼 어떤 기업도 거들떠보지 않던 땅이었다. 뒤편에 우면산이 있어 경관 보호를 위해 층고가 제한된 데 따른 것이다.
○규제 완화로 기업 유치한 지자체
관할 구청인 서초구는 2010년부터 1년2개월 동안 개발 규제 완화를 위해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추진했다. 우면2지구를 동북아 R&D 허브로 조성해 지역경제를 살리려면 규제 완화를 통한 기업 유치가 필수라는 판단에서다.
서초구는 청와대를 비롯해 국토교통부, 환경부, 서울시, SH공사 등과 수십 차례 협의를 거쳤다. 진익철 서초구청장은 국토부 주무관 사무관 담당과장을 일일이 만나 설득했다. 그 결과 2011년 8월 용적률 360% 이하, 층고 10층 이하로 밀도 완화 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 같은해 11월 삼성전자가 부지를 사들여 2012년 8월부터 공사에 들어가면서 서초구의 기업 유치 노력은 결실을 보게 됐다.
삼성전자는 R&D센터 부지 뒤편에 있는 성촌마을 등 지역 주민들을 적극 지원했다. 마을과 인접한 건물 1개 동은 기존 10층에서 8층으로 낮췄다. 야간에 연구소 불빛이 새나가 조명 공해를 일으키지 않도록 수만개의 창문마다 암막커튼을 설치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우면 R&D센터를 지역 주민들의 출입이 제한된 수원 화성 기흥 등 다른 사업장과 달리 전면 개방 공간으로 조성한다.
○지역상권 확대 기대감
내년 5월 R&D센터가 완공되면 디자인·소프트웨어 개발 등에 종사하는 1만명의 석·박사급 인재가 상주한다. 인근에 서초보금자리주택 지구 등에서는 6500여가구가 내년까지 입주한다. 오피스텔도 잇달아 들어설 예정이어서 지역 부동산 경기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서초구는 완공 후 지역 상권 매출이 연간 최소 300억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진 구청장은 “서초 우면 R&D단지는 지자체 규제 개혁을 통해 기업을 유치한 대표적인 사례”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규제 완화와 함께 기업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기업친화적 정책을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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