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억 사기 대출' 우리·기업銀선 실패

입력 2014-02-13 21:34  

회계감사서 수상한 점 발각
인터폴에 주범 '적색수배'



[ 김일규/홍선표 기자 ] 3000억원 대출 사기 책임을 놓고 서로 ‘네 탓’이라며 공방을 벌이던 은행과 KT ENS에서 내부 통제 등의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경찰은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되자 홍콩으로 도주한 것으로 알려진 NS쏘울 대표 전모씨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인터폴에 최고 단계인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대출 사기를 벌인 중앙티앤씨, NS쏘울 등 KT ENS 협력업체는 2012년 우리은행에 KT ENS에 대한 매출채권을 담보로 돈을 빌려 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이에 앞서 똑같은 가짜 매출채권을 담보로 2011년 하나은행에서 2300억원을 대출받았다.

우리은행은 그러나 이들의 대출 요구를 거절한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협력업체들이 매출처라고 밝힌 곳이 KT ENS 한 곳뿐이라는 점 등이 의심스러웠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해 말 기업은행에도 대출을 신청했으나 거절당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대기업에 대한 매출채권을 담보로 하는 여신 구조는 그럴 듯했지만 외부 회계감사 확인 과정에서 의심스러운 부분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비교할 때 대출 사기를 당한 하나·농협·국민은행 등은 여신심사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다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사기를 당한 은행이 수기(手記)로 된 세금계산서를 받지 않고 전자 방식으로 거래했다면 문제를 좀 더 일찍 발견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KT ENS 한 곳에 대한 외상 매출채권만 급격히 늘었다는 점, 협력업체들이 수천억원의 대출을 받을 수 있을 정도의 자산이나 자본력 및 현금 흐름 등을 갖추지 못했던 점 등을 꼼꼼히 따졌어야 한다는 게 금융권의 지적이다.

직원 한 명이 독단적으로 벌인 일이라고 주장하던 KT ENS도 내부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경찰에 구속된 KT ENS 직원 김모씨(51)는 “점심 시간에 회사 법인 인감을 몰래 훔쳐서 찍었다”고 진술했다.

대개 회사들이 법인 인감을 금고 등에 보관하고 관리인을 따로 두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KT ENS 측의 허술한 관리 탓에 김씨가 너무 쉽게 인감을 빼돌렸다는 것이다.

한편 경찰은 전씨의 신병 확보를 위해 지난 12일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김일규/홍선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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