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구인난 악순환 탈출…'차별화된 가치' 제공해라

입력 2014-02-14 06:57  

경영학 카페

가족 친화·미래 비전 등
회사가 내세우는 차별화 가치
적극적으로 알리고 이행해야



최근 삼성의 채용방식 변경이 이슈가 됐다. 채용절차에서 일정 자격만 갖추면 누구나 볼 수 있었던 삼성직무적성검사(SSAT) 대상을 서류전형과 대학총장 추천자로 국한한다고 발표한 것. 그러자 많은 이해 관계자들이 강력히 반발했다. 대학 서열화니, 지역 차별화니, 대학 길들이기니 등의 이유로 이슈가 커지자 삼성이 마침내 수정안을 유보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이런 뉴스를 접하는 중소기업 경영자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먼 나라의 얘기라고 치부했을까, 삼성이 가진 ‘최고 고용주’로서의 위상을 실감하고 부러워만 할까. 채용 얘기가 나오면 많은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불만을 토로한다. 채용공고를 해도 지원자가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유를 물어보면 대개는 이런 답변이 돌아온다. ‘중소기업이라서’ ‘급여나 복리후생 등 근로조건이 좋지 않아서’ ‘회사가 알려지지 않아서’ ‘교통이 불편해서’ 등.

이런 이유를 듣고 있자면 두 가지 의문이 든다. 중소기업에서 구인을 해도 지원자가 오지 않는다고 분석한 ‘이런 원인들을 중소기업은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을까’가 첫 번째 의문이다. 중소기업이고, 근로조건이 상대적으로 취약하고, 이름도 알려지지 않고, 때로는 교통도 불편한 것은 쉽사리 해결할 수 없는 중소기업의 숙명인데 이를 이유로 언급한다고 어떤 도움이 될까라는 생각이다. 문제 해결의 첫 단계는 ‘할 수 있는 부문’에서 시작하는 것이지, ‘할 수 없는 영역’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의문은 ‘중소기업이면 예외없이 구인에서 동일한 어려움을 겪고 있을까’란 것이다.

중소기업이 갖는 숙명적인 환경은 거의 같고, 그것이 구인에 우선적인 장애가 된다면 모든 중소기업은 구인에서 같은 어려움을 겪는 것이 맞다. 과연 그런가. 중소기업이라고 해서 모두 구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는 않다. 중소기업이고, 근로조건도 취약하고, 이름도 알려지지 않고, 교통도 불편한 곳에 소재해도 구인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는 회사도 분명 다수 존재한다.

두 가지 의문에 대해 이런 답을 가지면 중소기업의 구인난은 달리 접근해야 함을 알 수 있다. 우선 앞서 구인이 안 된다고 분석한 숙명 여건에서 벗어나야 한다. 중소기업이고, 근로조건이 취약하고,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고, 교통도 좋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이는 바꿀 수 없는 중소기업의 핸디캡이다. 핸디캡을 인정해야 비로소 이것을 보완하거나 극복할 수 있는 우리만의 무엇인가를 생각할 수 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우리 기업이 인재에게 줄 수 있는 차별적인 가치를 파악, 이를 알리고 이행하는 것이다. 이것이 직원가치제안(EVP·Employee Value Proposition)이다. EVP는 창조가 아니라 발견이다. 현재 근무하고 있는 인재들이 왜 우리 기업에 다니고 있는지, 어떤 것에 만족감을 얻고 있는지를 발견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기업에 지원하는 구직자들이 왜 지원하는지도 발견하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회사 경영진은 인재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경영하고 있는지를 발견하는 것이다.

EVP에는 금전적인 보상도 포함된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금전적인 보상을 EVP에 포함하기 어렵다. 비금전적인 가치를 찾아 우리 기업의 고용브랜드화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 비금전적인 가치를 EVP의 전면에 포함한 대표적인 사례는 패스트푸드 M사다. 이 회사는 직원들에게 M사에서 근무하는 이유를 물어 세 가지의 비금전적인 EVP를 발견했다. ‘가족과 친구’ ‘유연성’ ‘미래’가 그것이다. 이 세 가지 가치가 실제로 제공되는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모든 인력운영 시스템과 프로그램에 연계할 뿐만 아니라 구인과정에서 지원자에게 이를 알리고 있다.

많은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채용을 포함한 사람 관리의 고민을 말한다. 그 고민에 도움을 주기 위해 경험에 근거한 대안을 제공한다. 그럴 때마다 모두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대기업이 아니어서…’라고 대안에 대해 미리부터 회의를 가진다. 그럴 때면 이런 질문을 하고 싶다. ‘적어도 사람관리 분야만큼은 대기업적인 사고로 판단하고 실행해야 빨리 대기업이 되지 않을까요’라고. 우리 기업에 맞는 EVP를 찾아 구인의 악순환에서 벗어나는 첫 번째도 경영자가 중소기업적 사람 관리 마인드를 벗는 것이 아닐까.

박기찬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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