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열린 소치 동계올림픽 프리스타일 스키 남자 슬로프 스타일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조스 크리스텐센(미국)은 지난해 8월 아버지가 숨졌다.
95.80점을 받아 93.60점의 거스 켄워시(미국)를 제치고 우승한 크리스텐센의 부친 J.D 크리스텐센은 아들이 태어났을 때부터 심장병으로 투병해왔다.
금메달을 목에 건 크리스텐센은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해 드리고 싶었다"며 "그분은 내가 태어난 그날부터 부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낼 때까지 언제나 변함없이 나를 응원해주셨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가 여기 계셨다면 좋았겠지만 아마 지금도 하늘에서 나를 내려다보며 미소를 지으실 것 같다"고 숙연해했다.
어떻게 보면 크리스텐센의 금메달은 하늘의 아버지가 도운 것처럼 느껴질 법도 하다.
그는 원래 올림픽 출전 자격이 없었지만 지난 1월에서야 코치 추천 선수로 올림픽에 나갈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어머니는 아들이 금메달을 따는 현장에 함께 했다는 사실이다.
아들의 올림픽 출전이 워낙 갑자기 확정되는 바람에 그의 어머니 데비는 소치까지 갈 여비를 마련할 여유가 없었다.
미국 신문 USA 투데이는 "크리스텐센의 가족이 사는 미국 유타주 파크 시티의 이웃들이 자발적으로 모금해서 데비가 소치까지 가도록 도와줬다"고 전했다.
이들의 모금으로 모인 돈은 거의 1만 달러(약 1000만원)나 됐고 어떤 사람은 항공사 마일리지를 넘겨주기도 했다.
크리스텐센은 "어머니는 내가 대회에 출전할 때마다 컴퓨터 앞에 앉아 결과를 검색하곤 하셨다"며 "만일 어머니가 여기 못 오셨더라면 매우 슬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스켈레톤 국가대표인 케이티 율랜더는 항상 아버지의 반지를 목걸이로 만들어 착용하고 경기에 나선다.
그의 아버지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선수였던 테드 율랜더다.
테드는 신시내티 레즈에서 뛰던 1972년에 내셔널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그때 받은 우승 반지를 딸에게 물려줬다.
암으로 투병하던 테드는 2009년 2월에 사망했고 사랑하던 아버지의 죽음은 케이티에게 큰 상처로 남았다.
케이티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2주 뒤에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을 강행했다.
아버지가 생전에 세계선수권대회에 딸이 출전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7위에 머물렀고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도 11위에 그쳤다.
2009년 월드컵 2위에 오른 케이티에게 걸맞지 않은 성적이었다.
게다가 무릎 부상까지 겹치면서 율랜더의 선수 생활은 허망하게 끝나는 듯했다.
미국 NBC 스포츠는 "율랜더가 이때 육상 선수 칼 루이스, 아버지의 친구였던 찰리 마누엘 메이저리그 감독 등으로부터 카운셀링을 받으면서 마음을 다잡았다"고 전했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 현장에서 역시 어릴 때 아버지를 여읜 루이스를 만나 조언을 들었다는 율랜더는 2012년 세계선수권 우승, 2013년 월드컵 3위 등의 성적을 내며 다시 옛 기량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13일 끝난 2차 레이스까지 4위를 달리고 있는 율랜더는 14일 마지막 3,4차 레이스를 통해 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한경닷컴 뉴스룸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