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SNS의 눈부신 진화…정치·사회·비즈니스를 바꾸다

입력 2014-02-14 16:47  

지구촌은 'SNS혁명중'



소셜네트워크로 통칭되는 SNS는 몇 개의 얼굴을 가졌을까? 대표주자격인 페이스북이 10주년을 맞으면서 SNS의 기능에 대한 분석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학문적으로 따지자면 SNS를 해부하는 논점은 수백 가지일 것이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정도만 알면 충분할 듯하다.

3명만 건너면 '우린 하나'

우리가 자주 이용하는 트위터, 페이스북, 싸이월드, 카카오톡은 우리 사회를 묶는 네크워크망이 됐다. 1명의 이용자를 중심으로 3~4명만 건너면 대한민국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엮인다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친구의 친구는 물론 적의 친구가 친구가 돼 있는 세계다. 고대엔 ‘통치자의 목소리가 직접 들리는 범위 안에서만 통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지만, 지금은 ‘터치 3~4번이면 목소리는 물론 문서까지 전달되는 세상이 됐다. SNS는 사회관계를 분석해온 기존 틀을 흔들어놨다고 할 만하다.

대표적 학자인 퍼디난드 퇴니스는 오늘날의 SNS 관계망을 보고 어떻게 평가할까. 그는 사회를 가치관과 신념을 공유하는 공동사회와 도구적 관계로 구성되는 이익사회로 구분했다. 이런 이분법이 빛의 속도로 정보가 전달되는 오늘날 작동할 수 있을까. 가치관과 신념이 호도되고, 편견으로 버무려진 정보가 개인과 집단을 오가는 현실에서 공동사회와 이익사회로만 분석되기는 어렵다. 그보다 훨씬 뒤엉킨 ‘복잡계’라는 게 현대이론이다. ‘보이지 않는’ 관계조차도 어느새 사회관계망 속에 드러낸다. 웹과 모바일 기기를 통한 정보유통은 거대한 데이터 바다를 형성해 거의 모든 개인과 집단의 생태까지 분석해낸다.

선거는 SNS로…

SNS에서는 정치행위와 권력관계도 드러난다. 이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정치적 영향력이 유무선 인터넷을 타고 흐른다. 최근 선거만 봐도 이 점은 확실하다. 각 정당들은 카카오톡이나 문자를 통해 영향력을 유지하려 한다. 파워 트위터러의 여론 장악력은 웬만한 정치인보다 강하다.

또 이들을 통한 리트윗은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허브(hub)가 되기도 한다. 이 부분에선 ‘유력자 가설’이 이론이 되는 듯하다. ‘소수의 특별한 개인들이 다수의 일반적인 개인들의 의견, 신념, 행동양식에 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이 가설은 요즘 설득력이 있다. 물론 팔로어 숫자 자체가 영향력의 기준은 아니라는 지적이 없진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정치구도를 보면 유력자 가설이 더 맞는 셈이다. 파워 블로거도 우리나라의 정치 토양에선 비슷한 결과를 가져온다. 정치인들이 트위터와 블로거, 페이스북을 적극 이용하는 이유다.

하지만 이런 온라인 활동이 역효과를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 정치적 권력을 전파하는 힘이 강한 이면엔 그만큼 그에 대한 비판 내지 정보확인(괴담 확인 등) 속도 또한 빠르기 때문이다. 많은 팔로어가 이런 때엔 오히려 반감과 실망을 더욱 확산시키기도 한다. 선거 때마다 SNS에서 활약하던 연예인, 문인, 정치인들이 잘못된 정보를 퍼뜨렸다가 도리어 팔로어들의 뭇매를 맞고 나락으로 떨어진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SNS 마케팅 '막강 파워'

SNS 이용자의 정보는 모두 공개돼 있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다. 트위터든 페이스북이든 카카오톡이든 특정 서비스 안에서는 자신의 신상정보가 완전히 공개돼 있거나 거의 알려져 있다. 특히 한 사람을 통해 수많은 다른 이용자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바로 연계망 리스트다. 이런 네트워크 정보는 기업으로선 더할 나위없이 좋은 마케팅 정보가 된다. 이런 개인 정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최고의 접근성 확보방법이다.

기업으로선 무엇보다 타깃 마케팅을 할 수 있다. 정보를 가공하면 연령별, 소비성향별, 가격대별 광고와 홍보를 할 수 있다. 나이와 주소, 휴대폰 번호를 알기란 식은 죽 먹기여서 정확한 마케팅 정보전달이 가능하다. 가령 페이스북의 ‘좋아요’ 기능은 실시간으로 특정 상품의 선호도를 알아볼 수 있게 해준다. 특정 제품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는 경우도 있다. 개인 이용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방법으로 ‘공유하기’ 기능을 활용하면, 한 번에 수십명을 만나는 효과를 발휘한다. 이른바 전자적 입소문이라는 것이다.

기존의 입소문은 오프라인에서 이뤄졌으나 온라인에선 빛의 속도로 입소문을 낼 수 있다. 영화시장이 대표적이다. 특정 영화가 재미있다는 소감이 SNS에서 올라가면 순식간에 번진다. 제작자들이 SNS를 통해 노이지 마케팅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그 반대도 빠르다. 나쁜 소문이 나면 순식간에 영화와 제품이 망한다.

그러나 이런 기능에도 불구하고 SNS는 비인간화를 조장한다는 비판에도 직면해 있다. 사람들 간 상호작용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감성의 전달 없이 이뤄지는 데 대한 거부다. 너무 기술에 의존하는 관계가 된다면 인간존재에 대한 허무주의가 팽배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SNS 직접 민주주의는 가능할까

유선 인터넷과 모바일 인터넷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조만간 실시간으로 모든 국가 정보가 국민 개개인에게 전달될 수 있는 시대가 눈앞에 있다.

국민 개개인에게 특정 코드를 부여한 ‘절대 보안카드’가 주어진다면 인류가 꿈꿨던 직접민주주의가 가능해질지 모른다는 분석도 있다. 특정 연령 이상의 국민이 국가의 모든 정책을 정해진 시간에 전자 투표로 정하고, 정부가 투표 결과를 공개한 뒤 집행하는 직접민주주의 말이다.

하지만 이런 직접민주주의는 불가능하다. 국가의 정책은 고도의 감각과 판단력을 요한다. 외교, 국방, 경제 정책은 국민이 모두 나서 ‘옳다 그르다’라고 판단하기 어렵다. 가령 사형에 대한 여론조사를 한다고 해보자. 연쇄 살인사건이 발생한 직후 사형제도 폐지에 대한 여론 조사를 한다면 국민의 절대 다수가 사형제도 유지를 원할 것이다.

하지만 살인범으로 몰려 사형 직전까지 갔다가 진범이 밝혀진 경우, 국민의 절대 다수는 “사형제 잘 못했다간 생사람 잡을 뻔했다”며 사형제 폐지를 주장할 것이다.

직접민주주의가 간접민주주의보다 나은데 비용 측면에서, 현실적인 측면에서 못하는 게 아니다. 국민이 직접 매일매일 투표하게 하다간 엉뚱한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직접민주주의가 간접민주주의보다 나은 게 아니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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