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단기적으로 남측이 이달 20∼25일 이산가족 상봉행사 개최란 성과를 얻어냈다.
북한이 그동안 키 리졸브 등 한미합동군사연습 기간에 이산가족 상봉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정부는 이번 접촉에서 '버티기'를 통해 입장을 관철했다.
키 리졸브 훈련이 이달 24일부터 시작됨에도 불구하고 이 기간에 걸쳐진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예정대로 진행키로 한 것이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아침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군사훈련과 이산상봉 둘 다 양보할 수 없는 것인만큼 두 사안 모두 관철할 것이라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도 오전 브리핑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와 한미 군사훈련 문제는 전혀 별개사안으로 연계될 수 없다는 정부의 입장은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과 한미합동군사연습의 연계 불가라는 원칙을 관철시키는 성과를 거둔 셈이다.
북측 대표단은 이에 대해 '통 큰 양보'라는 표현까지 썼다는 후문이다.
상대적으로 북측이 거둔 단기 성과는 초라해 보일 수 있다.
일단 북한 국방위원회가 지난달 16일 발표한 중대제안에 담긴 상호 비방중상 중지를 이번 합의사항에 담았다.
이산가족 상봉을 내주면서 자신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한 사항을 관철시켜 합의의 정당성을 확보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합의의 실효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합의에 따라 남측은 그동안 국방부 등에서 해오던 전단 살포 등 대북심리전 활동은 중단하겠지만 북한이 문제삼아온 남한 언론 보도 등에 대한 통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비방중상 문제에 대해서 문제를 삼은 것은 언론의 보도행태와 관련한 문제인데 정부가 언론을 통제할 수는 없다"며 "결국 북쪽 입장에서는 실질적으로 얻어가는 것이 없다고 할 정도로 많은 양보를 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북한은 남북관계 진전이라는 성과를 얻어내 나름대로 선전한 접촉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남북 양측은 이번 접촉에서 "상호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을 계속 협의하며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적극 노력하기로 한다"며 추가적인 고위급 접촉을 갖기로 합의했다.
추가 접촉을 통해 작년 6월 무산된 장관급회담 개최나 금강산 관광사업 재개, 대북지원 문제 등을 논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특히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북남사이 관계 개선을 위한 분위기를 마련해야 한다"며 비방중상 중단을 강조하고 중대제안과 공개서한 등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최고지도부의 의지를 관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북한의 이산가족 상봉 양보도 남북관계 개선을 관철하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이 이 사업의 실행을 신뢰의 첫걸음으로 판단하고 있음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한으로서도 대결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김정은 시대의 새로운 남북관계를 열어나가는 첫걸음을 뗐다"며 "회담판을 깨지 않고 합의문 도출하고 이어나가기로 한 점은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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