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으로 정기예금은 558조8983억원으로 1년 전보다 16조8084억원(2.9%)이나 줄었다.
정기예금은 카드사태의 여파가 있던 2005년 7조8419억원(-2.9%) 줄고서 8년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감소액은 사상 최대다.
저금리 시대를 맞아 목돈을 마련하는 수단으로서 정기예금의 매력이 떨어지고 조금이라도 높은 금리를 찾으려는 기류가 형성된 탓이다. 지난해 정기예금의 평균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2.70%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평균 금리가 3.06%인 정기 적금은 같은 저축성 은행 상품이지만 작년 말 현재 38조5934억원으로 1년 전보다 6조4254억원(20.0%)이나 늘었다. 기대만큼 큰 인기를 끌지는 못한 재형저축에도 1조9380억원대의 자금이 유입됐다.
이른바 제2금융권인 비은행 금융기관도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데 힘입어 많은 자금을 끌어모았다.
작년말 비은행 금융기관의 수신은 1576조2353억원으로 1년 전보다 102조7899억원(7.0%) 증가했다. 생명보험사가 1년 전보다 47조4148억원(11.3%), 신탁회사 37조8674억원(18.0%), 자산운용사 18조5869억원(6.1%), 상호금융 9조9568억원(4.1%), 새마을금고 5조7969억원(6.3%) 늘었다.
총예금 증가 수준도 6년 만에 최저다.
지난해 말 현재 예금은행의 총예금은 1009조6854억원으로 2012년 말보다 2.0% 늘어나는 데 그쳤다. 총예금 증가액은 19조4123억원으로, 2012년의 절반에도 못 미치면서 2007년(4508억원)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총예금 증가액은 3년 전인 2010년 122조6179억원을 정점으로 2011년 73조9108억원, 2012년 42조4717억원 등 갈수록 둔화되고 있다.
저금리로 갈 곳을 못 찾는 시중 자금의 단기 부동화 현상도 뚜렷했다.
정기예금, 정기적금 등 전체 저축성 예금은 898조2795억원으로 1년 전보다 1.0%(8조9389억원) 늘어나는 데에 그쳤지만 요구불 예금은 111조4059억원으로 10.4%(10조4734억원) 늘었다.
대표적인 요구불 예금인 보통예금(75조1380억원)은 13.3%(8조8418억원) 증가했다. 정기예금도 만기 1년 미만 예금액(140조3661억원)이 전체의 25.1%를 차지, 전년의 22.8%보다 2.3%포인트 상승했다.
이런 단기 부동화 경향은 통화 금융 지표에 반영됐다.
현금통화,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을 합한 협의통화(M1.평잔 기준) 증가율은 2012년 3.8%에서 지난해 9.5%로 높아졌다.
M1에 2년 미만 정기예적금, 생명보험계약 준비금, 수익증권 등을 합친 광의 통화(M2.평잔) 증가율은 2012년 5.2%에서 지난해 4.8%로 더 낮아졌다.
M2는 M1에 비해 중도 해약 등 부담으로 현금화하기 더 어려운 금융상품들을 포함한 통화량이다. 시중 자금이 현금화가 쉬운 금융상품에 상대적으로 많이 몰렸다는 의미다.
한경닷컴 증권금융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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