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은 기자 ] 국내 조선업체들이 ‘세계 2위’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부동의 1위인 현대중공업 다음이 누구냐를 놓고 벌이는 다툼이다. 2010년부터 꾸준히 ‘넘버 투(No.2)’를 지켜온 삼성중공업이 최근 들어 대우조선해양에 조금씩 밀리는 기세다.
16일 국제 해운·조선 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 등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부터 대우조선의 수주잔량이 삼성중공업을 다소 앞지르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수주잔량은 남아 있는 일감을 뜻하는 것으로 통상 조선사 규모를 결정하는 기준으로 쓰인다.
작년 7월 두 조선사의 수주잔량은 표준화물선환산톤수(CGT) 기준으로 삼성중공업(590만8000t)이 대우조선(567만5000t)을 앞섰다. 하지만 8월엔 대우조선(605만9000t)이 삼성중공업(603만8000t)을 근소한 차이로 제쳤다.
9월엔 삼성중공업(609만9000t)이 대우조선(577만5000t)을 다시 밀어냈으나 10월부터 3개월 연속 대우조선에 2위 자리를 빼앗기고 있다. 지난 12월에는 대우조선이 693만t, 삼성중공업이 583만3000t으로 수주잔량 차이가 벌어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클락슨의 리서치 자료가 해양플랜트 부문을 제대로 집계하지 않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대우조선의 강세는 최근 세계 조선시장이 상선을 중심으로 회복되는 추세를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컨테이너선 등 상선 부문에서는 대우조선이 삼성중공업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의 상선 수주량은 2012년 9척에 그쳤으나 작년에는 43척으로 늘었다. 이 중 컨테이너선은 2012년에는 실적이 전무했다가 지난해 19척을 수주했다. 대우조선은 또 전체 상선 수주량 43척 중 13척을 12월에 수주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벌크선운임지수(BDI) 등의 상승에 따라 미리 배를 주문하려는 선사들이 급증했다”며 “작년처럼 증가세가 폭발적이진 않겠지만 올해도 상선 중심의 회복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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