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른 일본, 힐링을 얻다…일본속 작은 유럽 나가사키

입력 2014-02-17 06:57  

[ 전장석 기자 ] 일본 남동쪽 나가사키와 북쪽 홋카이도는 같은 일본 열도에 있어도 전혀 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일본 열도의 밑부분에 있는 나가사키에는 벌써 봄의 훈풍이 불어오고 있다. 나가사키는 청정한 바다, 제주 올레의 브랜드를 수입한 올레길, 이국적 정취, 온천의 4색 체험을 할 수 있는 곳. 게다가 카스텔라 짬뽕 등 다양한 먹거리까지 갖췄으니 5감 만족을 통해 저절로 힐링이 된다. 이에 비해 홋카이도는 ‘눈 덮인 아마존 숲’ 같다. 영화 ‘러브레터’ ‘철도원’의 배경인 이곳에는 눈앞에서 지평선까지 이름을 알 수 없는 각종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서로 다른 풍경이 펼쳐지는 일본 힐링 투어를 떠나보자.

힐링 포인트 1 ‘일본 속의 유럽’ 오란다자카·데지마와프
나가사키는 흔히 ‘일본 속의 작은 유럽’이라 불린다. 오란다자카와 그라바엔에서는 일본 전통 가옥을 구경하기 힘들다. 일본에 서양문물이 들어오는 창구였던 나가사키. 이국적 정취를 가장 많이 느낄 수 있는 곳은 단연 오우라성당 주변이다. 그라바엔을 중심으로 아기자기한 서양식 건물들은 달콤한 과자로 만든 이미테이션 같다. 항구 쪽으로 내려오면 보이는 건물이 네덜란드 무역관이 있던 데지마와프. 노천카페에서 마시는 카푸치노에는 사람 얼굴이 새겨져 있다. 막부시대를 종식시킨 사카모토 료마의 모습이 담긴 일명 ‘료마 카푸치노’다. 사세보(佐世保)에 위치한 하우스텐보스는 테마파크로 17세기 네덜란드 왕궁과 거리를 그대로 옮겨놨다. 운하 사이로 각종 볼거리와 놀이시설이 다종 세트의 즐거움을 준다. 저녁 무렵엔 돔투른 전망대에 올라보라. 야경이 황홀하고 아름답기 그지없다.


힐링 포인트 2 에메랄드빛 바다와 기차여행
사세보의 규쥬큐시마(일명 99개섬)는 이름과 달리 실제론 섬이 208개나 된다. 섬들은 한결같이 아기자기하고 모난 데가 없이 천진하다. 유람선을 타면 40여분간 섬과 바다의 속살을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다. 이곳 다비라히라도구치역에서 JR사세보역까지는 기차를 타보는 것도 괜찮다. 해안선을 따라 기차는 마치 은빛 바다 위를 미끄러지듯이 달리는데 기차 뒤로 밀려나는 풍경들은 재빨리 다시 앞으로 와 풍경의 연속성을 유지한다.


힐링 포인트 3 ‘온천 중의 온천’ 운젠(雲仙)온천·오바마(小浜)온천
일본은 ‘온천의 천국’이지만 이곳 운젠온천의 역사는 1300년이나 된다. 유황 냄새와 수증기가 아직도 곳곳에서 뿜어져 나온다. ‘운젠 지옥’ ‘대규환 지옥’ 등의 이름이 붙여진 30여곳을 빠져나오는 길은 실제 지옥이 저럴까 싶다. 죽다 살아나는 경험을 하고 싶다면, 그래서 힐링의 참뜻을 알고 싶다면 이곳 운젠온천에 와보라. 운젠에는 해안에 접한 오바마온천도 있는데 탕 속에 들어가면 마치 바닷속에 있는 것 같다.

힐링 포인트 4 ‘규슈 최고의 올레길’ 히라도 트레킹

히라도(平戶)는 나가사키 북서부에 있는 섬이다. 히라도 올레길은 연원이 짧다. 제주도 올레길을 벤치마킹했는데 경관만큼은 제주도에 뒤지지 않는다. 바람이 쉴 새 없이 갈대를 타고 오르는 고원지대를 걷다 보면 어느새 사방이 탁 트인 풍광이 펼쳐진다. 저 멀리 대마도가 보일 듯 말 듯하다. 올레길의 끝은 순순히 마을로 다시 이어져 있다. 이 시골마을의 풍경들은 몇 바퀴를 돌아도 싫증나지 않는다. 다이야키(도미빵)를 먹으며 상점을 기웃거리는 소소한 즐거움도 있다. 오래된 사원과 교회당 건물이 겹쳐지는 곳에 이르면 마음 속 깊은 곳의 상처들이 문득 풍경 너머로 사라질 듯하다.

여행팁

나가사키로 가는 직항편은 진에어밖에 없다. 매주 수·금·일요일에 운항. 인천공항에서 나가사키공항까지 1시간20분. 겨울에도 최저기온이 2~4도 안팎. 해발 332m의 이나사야마에 오르면 세계 3대 야경이라 불리는 나가사키 시내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운젠온천 지역에서는 후쿠다야(0957-73-2151), 히라도에서는 히라도카이조호텔(0950-22-3800)이 여장을 풀기에 좋다. 나가사키관광청 서울사무소(02-399-2190)

나가사키=전장석 기자 sak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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