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제프 매지 "미국 개인 투자자들, 헤지펀드로 이동중"

입력 2014-02-17 11:46   수정 2014-02-17 13:32

[ 김다운 기자 ]
한국에서 헤지펀드 시장이 본격적으로 발걸음을 뗀 지 2년이 지났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성과를 쌓아가며 꾸준히 시장을 키워가고 있다. 아직까지 투자자들 사이에 헤지펀드에 대한 오해가 많다. 금융산업의 '꽃'이자 '첨병'으로 칭송되기도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심화시킨 주범으로 손가락질 당하기도 한다.

누버거버먼(Neuberger Berman) 자산운용 서울 사무소 진출과 함께 한국을 방문한 제프 매지 누버거버먼 수석매니저를 <한경닷컴> 단독 인터뷰했다. 5조 원 규모의 절대 수익 추구형의 멀티전략 헤지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그는 미국에서도 헤지펀드에 대한 오해가 컸다고 설명했다.

"금융위기 전 미국에서도 높은 레버리지(차입)를 사용해 크게 성과를 낸 소수의 헤지펀드들이 미디어에 많이 노출되면서 헤지펀드에 대한 공격적인 이미지가 만들어졌습니다. 대다수 헤지펀드들은 훨씬 안정적으로 운용을 했음에도 말이죠."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헤지펀드 시장도 큰 전환기를 맞았다. "금융위기 직후 헤지펀드 시장이 큰 타격을 받았으나 다시 자금이 유입되면서 회복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연기금이나 대형 기관투자자들이 돌아오고 있어요. 가장 특징적인 것은 개인 투자자들도 헤지펀드에 투자하고 있다는 겁니다."

미국 헤지펀드 운용사들이 가장 관심 갖고 있는 것은 개인 투자자들이다. 미국의 확정기여(DC)형 개인 퇴직연금인 '401K' 시장에서 헤지펀드 상품을 선택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매지 수석매니저는 "개인 투자자들은 퇴직투자상품으로 채권을 선호해왔으나 미국 이자율 상승 등의 이슈로 최근 채권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졌다" 며 "채권수익률에 만족을 못하고 주식투자에 불안한 투자자들이 헤지펀드로 눈을 돌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헤지펀드를 포트폴리오 리스크를 줄이는 상품으로 보고, 채권과 주식의 중간 상품 개념으로 투자한다고 설명했다.

절대 수익형 헤지펀드들의 수익률 목표는 무위험 이자율 플러스 4~8% 정도. 매지 수석매니저가 운용하는 멀티전략 헤지펀드는 지난해 9.8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헤지펀드가 '위험한 투자상품'으로 인식되는 가장 큰 이유는 레버리지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원금보다 더 큰 규모의 자금을 빌려 투자하면 높은 수익률을 노릴 수 있다. 그만큼 위험도는 높아진다. 이와 관련, 매지 수석매니저는 "미국 헤지펀드 가운데 레버리지 투자를 하지 않는 펀드들이 훨씬 많다"고 잘라 말했다.

"헤지펀드의 종류가 워낙 다양하다 보니 큰 변동성과 높은 위험을 감수하는 펀드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헤지펀드들이 레버리지를 사용하지 않고 안정성에 더 중점을 두고 운용되고 있습니다." 그는 한국에서도 개인들의 헤지펀드 투자를 늘려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개인의 헤지펀드 최소 가입금액이 5억 원 이상으로 개인이 직접 헤지펀드에 가입하기가 쉽지 않다.

"헤지펀드는 새로운 자산군이어서 한국 금융당국의 규제는 이해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잘 운용되는 헤지펀드는 포트폴리오의 위험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은 개인들에게 투자 위험을 낮추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는 개인의 활발한 투자 유도를 위해 헤지펀드 업계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헤지펀드들의 경우 투명성을 높이면서 개인 투자자를 향한 문호가 훨씬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일반 펀드처럼 일일정산이 가능한 헤지펀드가 늘어난 것도 투자자들의 부담을 줄였다.

매지 수석매니저는 "헤지펀드라고 하면 블랙박스처럼 어떤 상품에 어떻게 투자했는지 알 수 없는 비밀스러운 이미지가 있었으나 금융위기를 계기로 투명성을 높인 헤지펀드들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또 헤지펀드에 대한 오해를 없애려면 운용사들이 수익률 공시 등을 통해 먼저 창문을 열고 투자자와의 거리감을 없애야 한다고 조언했다.

올해 글로벌 시장은 헤지펀드 투자자들에게 유리하게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에는 기업 펀더멘털(기초체력) 분석을 바탕으로 한 '펀더멘털 드리븐 롱숏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봅니다. 미국 양적완화 축소 이슈로 인해 종목간 차별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여 롱숏 투자로 적극적인 수익을 낼 수 있을 전망입니다."

그는 또 "올해 신흥시장은 변동성이 심할 것으로 예상돼 비중을 축소한 상태" 라면서 "한국 자산운용사들도 변동성을 낮추기 위해선 한국시장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전세계 지역에 분산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누버거버먼은 1939년 설립돼 2270억 달러(약 240조 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글로벌 자산운용사다. 과거 리먼브라더스의 계열사 중 하나였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독립해 현재 임직원이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뉴욕을 중심으로 런던, 홍콩, 도쿄 등 전 세계 30여개 지역에 진출해 있다. 최근 서울에 사무실을 설립해 한국시장 공략에 나섰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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