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중앙정부부터 빚 줄여라

입력 2014-02-17 20:30   수정 2014-02-18 05:35

"포퓰리즘 정책 탓 쌓인 공공부채
민영화 개혁으로 공기업 빚 줄이고
정부도 흑자재정 솔선수범 해야"

김정호 < 연세대 특임교수·프리덤팩토리 대표 kim.chungho@gmail.com >



정부와 공기업의 부채가 국민 1인당 1642만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총액으로 하면 821조원, 국내총생산(GDP)의 64.5%에 해당한다. 온국민이 돈 벌어서 꼬박 그 빚만 갚는다면 235일이 걸릴 액수다. 보증채무 같은 것은 포함하지 않았는데도 그렇다. 게다가 빚은 계속 늘어나고 있으니 그리스 꼴이 되지 말란 법이 없다. 그나마 대통령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어 다행이다.

부채의 원인은 크게 보아 세 가지다. 첫째는 포퓰리즘. 국민에게 베풀어주겠다고 약속은 했는데 세금은 늘리지 못하다 보니 그 차액이 고스란히 나랏빚으로 쌓여왔다. 복지지출이 폭증하고 있어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공기업 부채도 상당 부분 그러느라고 생겼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혁신도시, 이명박 정부에서는 4대강 사업 같은 대규모 공약 사업들을 공기업 빚으로 해결한 것이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수자원공사의 빚이 여기에 해당한다.

둘째는 국민들 눈치 보느라 공기업 요금을 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원가는 높은데 요금은 낮게 묶어 적자를 보게 했으니 빚이 쌓일 수밖에 없었다. 셋째는 공기업 자체의 방만 경영이다. 사기업 같으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을 두 명 세 명을 뽑아서 하고, 적자가 나는데도 복지혜택은 늘리는 식의 경영을 해온 것이 국민의 빚에 얹혀졌다.

어떻게 이 빚을 줄여야 할까. 방향은 자명하다. 지출을 줄이고 수입은 늘려서 그 차액으로 빚을 갚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앙정부가 앞장서야 한다. 부채는 마치 지자체와 공기업만의 문제인 양 호령하고 있는 중앙정부의 지금 모습은 책임전가의 전형이다. 중앙정부부터 빚을 줄여라. 세금을 더 내달라고 국민을 설득하든가, 경제성장률을 높여서 세입을 늘리든가, 그럴 자신이 없으면 재정지출을 줄여라. 대선 때의 공약도 파기해야 할지 모른다. 고통 없이는 나랏빚을 줄일 수 없다.

스웨덴을 배우자. 1990년대 초 외환위기를 겪고 난 후 이 나라는 법으로 정부가 GDP 1% 내에서 재정 흑자를 내도록 의무화했다. 그 돈으로 나랏빚을 갚아온 결과 스웨덴의 재정구조는 매우 탄탄하다. 독일과 스위스 같은 나라는 아예 헌법으로 균형재정 원칙을 선언해 놓았다. 한국 정부도 이제 재정흑자를 낼 궁리를 해야 한다.

지방정부에는 세금 거둘 권한을 줘서 주민 스스로 자기 지역의 빚을 갚아나가게 하는 것이 좋다. 요즈음 논의되고 있는 지자체의 파산은 실효성이 없다. 정말 파산을 시켜서 지자체의 자산을 매각하고 시청, 도청의 기능이 정지된다면 아마도 폭동이 일어날지 모른다. 결국 파산이라고 해봤자 법정관리와 비슷한 상태, 즉 중앙정부가 직접 지자체의 재정을 통제하는 모습이 될 것이다. 그럴 필요가 있을까. 자기 빚도 처리 못 하는 중앙정부에 남의 빚 줄이는 임무를 맡기는 것은 난센스다. 지역 문제는 지역 주민 스스로 해결하도록 책임과 권한을 주는 것이 정답이다.

공기업 부채도 당연히 줄여야 한다. 불필요한 인원과 자산을 줄여 나가야 한다. ‘신의 직장’이라는 비아냥거림이 더 이상 나올 수 없는 수준으로 내핍을 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전기, 수도 등의 요금을 현실화하기 위해 국민을 설득하는 일이다. 요금을 묶었기 때문에 생긴 빚은 요금을 올려서 갚아나갈 수밖에 없다. 민영화도 적극적으로 생각해 봐야 한다. 적자투성이의 공기업들이 민간기업에 인수되면 마술처럼 흑자로 전환되곤 했다. 가장 좋은 방법을 두고 공기업 빚 해결을 외치는 것은 공허하게 들린다.

외상이라면 소도 잡아먹는다고 했던가.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공기업도, 국민도 당장의 편안함을 위해 외상 빚을 졌다. 이제 고통을 참으며 그 빚을 갚을 때가 됐다.

김정호 < 연세대 특임교수·프리덤팩토리 대표 kim.chungho@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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