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중 4명 "매각·청산"
[ 하수정/임도원/정영효 기자 ] 40년 역사를 가진 한 기계회사 창업주의 아들 김모씨는 부친의 급작스러운 사망으로 회사를 물려받게 됐다. 김씨는 미국에서 경영학 석사학위(MBA)를 딴 뒤 1년6개월 전부터 회사에 들어와 경영수업을 받고 있었는데, 2년 이상 가업에 종사해야 하는 ‘가업상속 공제 요건’에 미달해 대규모 상속세를 물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그는 부친의 사업에 관심이 많지 않았던 터에 ‘세금폭탄’을 맞게 되자 회계법인에 의뢰해 회사 매각을 결정했다.
1960~1970년대 창업자들의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가업 승계를 포기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창업 2~3세들이 상속·증여세 부담과 세대 갈등, 경기 둔화 등의 이유로 가업을 물려받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어서다. 로펌과 회계법인들은 이 같은 가업 승계 포기 기업을 매각하거나 컨설팅해주며 ‘씁쓸한 특수’를 누리고 있다.
17일 중소기업중앙회 가업승계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말 실시한 가업 승계 실태조사에서 설문 대상 중소기업 경영자 150명 중 자녀(친족 포함)가 가업을 승계하고 있거나 승계할 예정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63.4%였다. 2011년 88.9%, 2012년 76.7% 등 매년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다. 설문 대상이 가업승계설명회 참가자 등 가업 승계에 관심이 많은 경영자인 점을 고려하면 전체 기업의 가업 승계 비율은 이보다 낮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 로펌 관계자는 “가업 승계 대신 회사를 매각 또는 청산하겠다는 문의가 크게 늘어 새로운 사업 기회가 되고 있다”며 “관련 조직의 인원을 확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수정/임도원/정영효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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