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가 사고파는 '퀀트펀드'
수익률 비실…3년 내내 손실도
성과 부진하자 자금 이탈 심해
[ 조재길 기자 ] ‘사면 떨어지고 팔면 오르고….’ 펀드 매니저의 주관적 판단을 배제하고 미리 입력된 통계 정보를 바탕으로 컴퓨터가 사고파는 퀀트펀드의 인기가 식고 있다. 누적 수익률이 영 시원치 않아서다. 퀀트펀드처럼 적극적으로 매매하지만 펀드 매니저가 직접 개입하는 롱쇼트펀드와 정반대 행보다.
○3년 내내 손실 낸 퀀트펀드
펀드 평가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공모형 퀀트펀드의 올해 평균 수익률은 17일 현재 -3.62%다. 1년 수익률은 -1.41%, 2년 -5.12%, 3년 -6.90%로 부진하다.
최대 공모형 퀀트펀드인 ‘신한BNPP변액보험액티브1(주식형)’의 누적 수익률은 -5.55%다. 올 들어서만 -4.67%를 기록 중이다. 작년 10월 설정된 ‘이스트스프링액티브퀀트C-F(주식형)’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이보다 조금 나은 -2.05%에 그쳤다. ‘우리KOSEF펀더멘탈대형주(주식형)’의 같은 기간 수익률은 -5.38%로 가장 저조했다. 전체 27개 퀀트펀드 중 올 들어 소폭이라도 수익을 내고 있는 상품은 22%(6개)였고, 모두 채권혼합형이었다.
수익률이 저조한 것은 증시 주변의 각종 돌발 변수를 컴퓨터 프로그램이 따라가기 어렵기 때문이란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이민홍 한국투자증권 상품전략부 차장은 “퀀트펀드는 기본적으로 과거 통계를 활용하는 방식이어서 계량적 분석이 쉬운 대형 우량주를 많이 편입하고 있다”며 “개별 종목에 대한 각종 지표가 당초 예상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아지면서 성과가 잘 안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후정 동양증권 연구원은 “퀀트펀드의 전략을 짜고 통계를 입력하는 것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며 “수익률이 낮은 것은 펀드별 전략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1년간 1000억원 자금 이탈
퀀트펀드 성과가 부진하자 설정액이 꾸준히 빠지고 있다. 퀀트펀드 설정액은 2012년만 해도 4000억원을 넘었지만 현재 1862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1년 전(2783억원)과 비교해도 1000억원가량 이탈한 수치다. 작년 초 2000억원에 불과했던 롱쇼트(저평가된 주식 현물을 사고 고평가된 주식 선물을 팔아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운용 전략)펀드 설정액이 현재 1조8000억원을 넘어선 것과 비교된다. 롱쇼트펀드는 수익 변동성이 낮고 매매 회전율이 높다는 점에서 퀀트펀드와 비슷하지만 매니저가 직접 운용한다. 롱쇼트펀드의 지난 1년 수익률은 평균 8.05%, 2년 11.11% 등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계열 운용사가 작년 하반기 새 퀀트펀드를 내놨는데 시장에서 인기가 없고 성과도 좋지 않아 추천상품에서 제외했다”며 “대신 롱쇼트펀드를 적극 추천하고 있다”고 전했다.
■ 퀀트펀드
주관적 판단을 배제하고 계량적(quantitative) 분석기법으로 운용되는 펀드다. 과거 주가 변동에 영향을 미친 요인을 통계화한 뒤 이를 근거로 컴퓨터가 자동으로 매매하도록 만든 게 특징이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