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왕은 '상품'이 아니라 '진심'을 판다

입력 2014-02-18 21:03   수정 2014-02-19 04:51

인사이드 Story - '억대연봉' 쇼핑호스트·車딜러·보험설계사의 비결

(1) 솔직 - "볼륨 있는 여성은 입지 마세요"
(2) 성실 - 고객 만나러 1년간 구두 10켤레
(3) 신뢰 - 항상 메모하며 작은 약속도 지켜



[ 강진규 / 서욱진 / 김은정 기자 ] 지난 17일 GS홈쇼핑(브랜드명 GS샵) 간판 쇼핑호스트인 정윤정 씨가 휴식을 위해 회사를 떠나기로 했다. 정씨는 연간 2400억원 규모의 상품을 판매한 ‘판매왕’이다. GS홈쇼핑 연매출의 8% 정도를 혼자 담당한 스타 중의 스타다. 그의 사퇴로 GS홈쇼핑이 1위 자리를 계속 지킬 수 있겠느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정씨처럼 회사 매출을 좌지우지하는 판매전문 프리랜서가 주목받고 있다. 쇼핑호스트, 보험설계사, 자동차딜러 등은 개인의 능력에 따라 억대 보수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최근 취업난이 이어지면서 ‘스타 영업사원’을 지망하는 젊은이들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정씨 같은 판매왕은 결코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피나는 노력과 자신만의 노하우가 어우러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씨는 소비자들과 소통하기 위해 별도의 카페를 만들어 운영해왔다. 옷을 팔면서 “볼륨이 있는 여성에게는 어울리지 않을 수 있으니 사지 않는 게 좋다”고 말하는 등 솔직함으로 승부해왔다.

현대홈쇼핑의 스타 쇼핑호스트 중 한 명인 심용수 씨는 지난달 말 애견사료 판매 방송에서 직접 사료를 먹기도 했다. 그는 “애완견을 가족처럼 느끼는 사람에게는 ‘사람도 먹을 수 있는 고급 사료’라는 점을 부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애견사료는 2억5000만원어치가 팔렸다.

CJ오쇼핑의 동지현 쇼핑호스트는 옷을 미리 입어보고 친구들의 반응을 확인한 뒤 방송에서 이 경험을 직접 설명한다. 동씨 역시 지난해 2400억원의 판매 실적을 올렸다. 스타 쇼핑호스트들은 한 회에 출연료로 100만원 안팎을 받는다. 평균 1주일에 5회 정도 방송에 나온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봉이 2억5000만원을 웃돈다. 홈쇼핑업체들은 과장 방송을 막기 위해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하지 않는다.

반면 수입차업체들은 철저한 인센티브 방식으로 판매왕에게 고액 연봉을 지급한다. 차를 못 팔면 기본급도 받지 못한다. 차를 팔 때마다 일정 비율의 인센티브를 받는다. 벤츠 차량의 경우 가장 싼 C클래스는 한 대당 100만원 이하, 가장 비싼 S클래스는 대당 수백만원 의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수입차 업계의 전설’로 불리는 신동일 한성자동차 부장은 매년 대기업 임원 수준의 연봉을 받는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연속 판매왕에 올랐다. 매년 160대 이상의 벤츠를 팔아왔으며 지난해엔 172대를 판매했다. 그는 “고객과의 약속이라면 하찮은 것이라도 반드시 메모하고 지킨다”고 말했다.

5년 연속 판매왕에 오른 임희성 현대자동차 공주지점 차장 역시 신뢰를 생명으로 삼고 있다. 그는 “서류에 사인 하나 받기 위해 몇 시간이라도 운전해서 직접 찾아간다”며 “한번 신뢰를 얻으니 소문이 금방 퍼지더라”고 비법을 소개했다. 그의 연봉은 2억5000만원 안팎이다.

판매왕 연봉으론 보험설계사를 따라갈 업종이 없다. 대형 보험사의 판매 1위, 즉 보험왕들의 연봉은 5억~10억원 수준이다. 연간 100억원 이상의 보험료 수입을 올린다.

보험왕에 오른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진심으로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기’를 비결로 꼽는다. 30년간 영업현장을 누비며 보험왕만 일곱 번을 차지한 강순이 교보생명 보험설계사(명예전무)는 “보험이 아니라 진심이라는 가치를 판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삼성화재에서 10여차례 보험왕에 오른 우미라 리스크컨설턴트는 “타협과 유혹에 빠지지 않고 정도영업을 유일한 목표로 삼은 게 영업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생명 보험왕인 안순오 재무설계사는 “한 명의 고객이라도 더 만나기 위해 철저하게 시간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대형 손해보험사에서 아홉 번 판매왕을 차지한 D씨는 “빼곡한 일정을 짜다 보니 1년에 구두만 열 켤레를 갈아치우고, 자동차 타이어도 매년 교체한다”고 전했다.

한화생명 보험왕 정미경 설계사는 “과로로 입원했을 때 링거를 꽂은 채 고객과 전화상담하는 철저한 모습을 본 담당의사가 결국 내 고객이 됐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강진규/서욱진/김은정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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