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 강판 소송 무효 판결
일본·미국 소송에 영향 줄 듯
[ 이상은 기자 ] 포스코와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이 변압기 등에 사용되는 고성능 강판에 쓰이는 기술을 두고 2년간 벌여온 특허 소송에서 포스코가 일단 승기를 잡았다.
한국 특허청은 지난 17일 신일철주금이 보유한 방향성 전기강판(GO) 특허 4건에 대해 포스코가 제기한 무효심판 소송에서 “특허 4건의 38개 청구항 모두가 이미 알려진 기술(공지기술)과 동일하거나 유사해 무효”라고 결정했다. 미국 특허청도 작년 10월 신일철주금의 기술 대부분에 대해 “무효 사유가 있다”는 중간 결정을 내렸다.
방향성 전기강판은 철판에 전기도금을 한 뒤 가로나 세로 등 특정 방향으로 특수한 성질을 부여한 것이다. 전기자동차, 하이브리드카, 신재생에너지 소재 등에 쓰이며 수요가 늘고 있다. 전 세계 수요량은 약 250만t이며 포스코와 신일철주금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10%, 12% 정도로 큰 차이가 없다.
신일철주금은 2012년 4월 포스코가 신일철주금 퇴직자 4명을 고용해 자사 영업기밀인 방향성 전기강판 제조기술을 빼돌렸다며 986억엔(약 1조30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도쿄지법에 내고, 미국 뉴저지연방법원에도 같은 취지의 소를 제기했다.
신일철주금은 이 과정에서 포스코의 제조기술을 중국 회사에 넘긴 혐의로 재판을 받은 전 포스코 연구원이 자신이 빼돌린 게 포스코가 아닌 신일철 기술이었다고 밝힌 대목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포스코는 이에 대해 “기밀을 빼낸 적이 없으며 해당 기술을 특허로 볼 수도 없다”며 특허침해 채무부존재 소송(대구지법), 특허무효 소송(한국·미국 특허청)을 각각 제기했다. 이번 한국 특허청의 결정은 그중 가장 먼저 나온 결과다.
포스코는 이번 판결로 향후 대구지법과 일본 도쿄지법, 미국 뉴저지법원 소송 등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앞으로 신일철주금이 해당 특허들을 이용해 포스코를 상대로 관련 제품의 생산 금지 및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워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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