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기술우대 환경 조성이 먼저다

입력 2014-02-19 20:31   수정 2014-02-20 05:31

"신성장의 동력은 中企에서 나와
기술중심 교육시스템 정비하고
긴 호흡의 R&D 투자 확충해야"

강대임 <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 >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유로존 재정난을 겪으면서 남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국가 부도 위기에 직면했다. 하지만 독일은 이런 위기 속에서도 3~4%대 경제성장률을 유지했다.

제조업 중심의 견실한 중소기업들 덕분이었다. 특히 작지만 강한 중소기업을 나타내는 ‘히든챔피언’은 경제 위기 극복의 선봉장이었다. 거친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독일을 본 세계 각국은 저마다 중소기업 육성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 또한 ‘한국형 히든챔피언’ 발굴을 통한 신성장동력을 창출해 경제회복을 꾀하기 위해 잰걸음을 하고 있는 중이다.

현재 한국에서 히든챔피언으로 선정된 중소기업은 23개다. 1300개인 독일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히든챔피언’의 저자 헤르만 사이먼은 히든챔피언이 탄생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창의성 부족’을 꼽았다. 이 말에서 우리는 국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해법을 찾을 수 있다.

해법은 간단하다. 창의적 아이디어를 싹틔울 수 있는 토양을 먼저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창조의 토양을 만드는 데 필요한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우선 교육시스템의 변화를 통한 ‘기술 중심의 문화 형성’이 필요하다. 독일은 ‘듀알레 시스템(Duales system)’으로 불리는 이원화 교육을 실시한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을 청소년은 직업훈련과정을 선택하고, 16~17세부터 학교에 다니며 기업에서 체계적으로 일을 배운다. 이 과정에서 직업교육과 대학교육은 전혀 차별받지 않는다. 이런 교육 체계는 기술을 중요시 여기는 문화를 형성해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기술을 만드는 데 이바지한다. 대학 진학이 청소년들의 유일한 목표인 한국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다.

또한 중소기업은 보유 기술을 ‘명품화’하는 자구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독일산 쌍둥이 칼이 바다 건너 한국의 주부들에게까지 각광받는 이유는 내구성 때문이다. 이 내구성은 280년에 걸쳐 이어져 내려온 독자적 기술력과 장인정신을 통해 이룩됐다. 이것이 다시 ‘메이드 인 저머니’라는 국가 브랜드 가치를 만들었다. 잘할 수 있는 기술 한 가지만이라도 타 기업이 따라올 수 없는 혁신기술로 발전시켜야 한다. 유행만을 좇는 기술에서 벗어나는 것은 중소기업 스스로의 노력이 가장 필요한 대목이다.

마지막은 장기적 관점의 ‘연구개발(R&D) 투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독일 정부는 재정긴축을 유지하면서도 R&D 투자는 확대해갔다. 독일 히든챔피언 기업 역시 불황기에 R&D 투자를 늘린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단기적인 경기 회복보다는 장기적으로 우수한 인력과 기술력 확보를 통해 위기를 극복한다. 이 과정에서 현실적으로 부족한 중소기업의 연구 노하우나 인프라를 메워주는 역할을 대학과 국책연구소가 맡는다. 결국 지속적인 R&D 투자와 산·학·연의 긴밀한 연구 협력이 강한 중소기업을 양성하는 것이다.

한국의 전체 사업체 중 99%가 중소기업이며 총 근로자의 88%가 중소기업에서 일한다. 따라서 산업의 지지대 역할을 하는 중소기업이 발전해야 일자리가 창출되고, 창조경제를 실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정부출연연구소를 중심으로 중소기업통합지원센터 운영, 히든챔피언 육성사업 등을 추진하는 것은 시의적절하다. 이런 사업들이 좋은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창조의 토양이 마련돼야 한다. 교육을 통한 기술 중심의 문화형성과 명품을 만드는 장인 정신, 긴 호흡을 가진 R&D 투자는 이 토양을 만드는 훌륭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강대임 <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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