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혁 기자 ] “임수흠 협상단장은 나가 죽어라.” “노환규 회장이야말로 즉각 물러나야 한다.”
19일 대한의사협회 내부 게시판은 한마디로 난장판이었다. 전날 의료발전협의회가 원격의료 허용 등을 담은 공동합의문을 발표한 후 게시판에는 발표 내용에 호응하는 의사들과 반대하는 의사들 간에 악의에 찬 험담들이 오갔다. 의사들의 양식을 의심케 하는 발언들이었다. 전국의 의사들이 두 패로 완전히 갈라진 양상이었다. 어쩌다 이지경에 이르렀을까.
의료계에서는 노환규 의협 회장의 처신을 탓하는 목소리가 크다. 그는 지난 18일 의료발전협의회에서 합의 내용이 발표되자마자 ‘원천무효’를 선언했다. 의사 대표들과 보건복지부 간부들이 다섯 차례에 걸쳐 협의해 내놓은 합의문이었다. 지난달 의협이 정부와 협상에 들어갈 때 임수흠 서울시의사회장(협상단장)에게 협상의 전권을 부여한 사람이 바로 그다. 더군다나 합의문에 대해서는 발표 전날인 17일 오후 의협에서 찬반투표를 통한 비준(22명 중 15명 찬성)이 이뤄졌다. 그럼에도 노 회장은 홀로 “협상단이 구체적 실행계획이 빠진 합의안에 찬성할 줄 몰랐다”고 합의 자체를 부인하며 전면파업을 위한 투표에 나서겠다고 했다.
의료계에서는 “도대체 이게 무슨 한심한 꼴인가”라는 한탄이 나온다. 의사들을 편 가르기 하고, 국민들을 헛갈리게 하는 일을 단체를 통합해야 할 의협 회장이 벌이고 있어서다.
노 회장은 21일부터 총파업 투표에 들어간다고 선언했다. 그는 투표율이 50% 밑으로 나오면 회장직에서 사퇴할 것이라고 배수진을 쳤다. 지난해 12월15일 여의도 집회에서 원격의료 도입을 반대하며 왼쪽 목을 10㎝ 이상 긋는 자해 소동을 벌였던 그다. 이번에도 초강수로 반대세력을 이끌고 있는 셈이다.
의협이 내분에 휩싸이고, 총파업 투표로 뒤숭숭해지면서 ‘의료 공공성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산업화 추구’라는 보건산업 활성화 논의는 점차 산으로 가고 있는 형국이 됐다. 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무시하고 파업을 강행하려는 의협 회장을 국민들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이준혁 중소기업부 기자 rainbo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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