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호 기자 ] 서울대 진학과 대기업 취업에 ‘필수 스펙’으로 꼽히는 영어능력시험 텝스(TEPS)를 주관하는 서울대 텝스관리위원회가 19일 큰 홍역을 치렀다. 지난 18일 발표된 179회차 텝스 시험(9일) 점수를 확인한 한 수험생의 답안지가 시험 당시 신분증을 가져오지 않아 성적이 무효처리된 학생의 답안지와 바뀌어 ‘무효’로 처리된 사실이 드러났다. 확인 즉시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잡았으면 큰 탈 없이 넘어갔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서울대 초기 대응은 상식 밖이었다. 피해 학생에게 “이미 끝나 정상적 처리가 힘드니 대신 무료 응시권을 주겠다”고 무마를 시도했다.
하루 10시간씩 텝스 공부를 해왔다는 피해 수험생은 텝스 측의 어이없는 제안에 억울한 사연을 곧바로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렸다. 커뮤니티는 들끓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격앙된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텝스관리위원회는 사태가 커지자 이날 긴급회의를 열고 사고 수습에 나섰다. ‘텝스 성적 처리 시스템상 한 사람의 성적이라도 달라지면 모든 응시자의 성적에 영향을 미친다’며 번복할 수 없다던 텝스 측은 하루 만에 이 학생의 점수를 정상적으로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텝스관리위원회는 “당시 직원이 개인적으로 판단해 대답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텝스는 국내 수험생들에게 토익 시험과 맞먹는 영어능력시험이다. 한 회 응시자만 2만명에 달한다. 특히 취업 및 대학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텝스 점수는 절대적이다. 일정 점수 이상을 획득하지 못하면 원서 접수 기회조차 주지 않는 곳도 적지않다. 그렇다 보니 텝스 성적은 수험생들에게 절실하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만약 텝스관리위원회에서 초기에 대응했던 방식을 그대로 유지했다면 손해배상청구 등의 소송을 당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주최 측 실수로 성적의 획득이 늦어져 취업 및 진학에 지장을 줬을 경우 ‘정신적 보상’ 등 법적 구제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수험생들에게 미치는 텝스의 ‘영향력’을 감안할 때 직원 개인의 실수로 ‘무료 응시권’이라는 엉뚱한 제안을 했다는 서울대 측의 해명은 궁색해 보인다.
김태호 지식사회부 기자 highkick@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