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기다렸다…침대 실려서라도 만나러 간다

입력 2014-02-19 20:32  

20일 금강산서 3년3개월 만에 이산가족 상봉


[ 전예진 기자 ]
남북 이산가족들이 20일 금강산에서 만난다. 2010년 11월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열린 이후 3년3개월 만이다. 이들은 이날 강원 고성 동해선남북출입사무소(CIQ)를 거쳐 입북해 금강산호텔 상봉장에서 2박3일 동안 북측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남측 상봉 대상자 82명과 동반 가족 58명을 포함한 1차 상봉 참가자 140명은 19일 오전 강원 속초 한화콘도에 집결했다. 작년 9월 추석 당시 확정된 남측 상봉 대상자는 96명이었지만 그 사이 사망하거나 건강이 악화해 14명이 상봉을 포기했다. 의료진에게 혈압 등 건강상태를 점검받고 방북 사전교육도 받았다. 20여명의 참가자들은 휠체어를 탄 채 이동했다.

6·25전쟁 때 헤어진 남동생을 만나러 온 표보패 할머니(85)는 “무릎 연골 수술을 해서 오래 서 있지 못한다”며 “휠체어를 탄 모습을 보면 동생이 마음 아파할 것 같아 지팡이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나복섭 할아버지(80)는 “누나와 동생이 세상을 떠나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는데 동생의 아들 두 명과 연락이 됐다”며 “조카를 만나면 동생을 보듯 반가울 것 같다”고 말했다.

상봉 대상자들은 커다란 여행가방과 라면박스 등 짐보따리를 들고왔다. 60여년 만에 여동생을 만나는 김세린 할아버지(84)는 선물로 두꺼운 점퍼와 양복, 와이셔츠 등 옷가지를 준비했다. 남동생과 조카를 만나는 이명호 할아버지(82)는 영양제를 챙겨왔다.

사망한 언니의 두 아들을 만나는 이창주 할머니(78)는 “작년 추석 상봉이 취소됐을 때 싸놨던 가방을 이제서야 가지고 오게 됐다”며 “북한에 생활필수품이 부족하다고 해서 치약과 칫솔, 내복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넷째 동생을 만나러 가는 김명도 할아버지(88)는 “북한에서 귀한 걸로 고르다보니 시계나 금반지 같은 걸 가져왔는데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달러든 뭐든 한도 내에서 최대한 주고 싶다”고 말했다. 아들과 딸을 만날 예정인 김섬경 할아버지(90)는 건강이 악화돼 침대에 실린 채 의료진에게 이송되기도 했다.

상봉 대상자들은 ‘설레고 기대되는 마음에 밤잠을 제대로 못 이룰 것 같다’고 했다. 상봉 행사는 6차례, 총 11시간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20일은 오후 3시 첫 만남인 단체 상봉과 저녁 북측이 주재하는 환영만찬에 참석하고 금강산호텔과 가까운 숙소인 외금강호텔에서 잔다. 다음날 오전 9시부터 외금강호텔에서 개별 상봉이 이뤄진다. 이산가족들은 점심을 함께한 뒤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또 한 차례 만난다. 22일 오전 9시에 작별 상봉을 한 뒤 돌아올 예정이다.

속초=공동취재단/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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