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PEF)들이 인수합병(M&A) 시장의 주역으로 등장하면서 PEF 간 투자 기업 지분을 매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펀드 자금을 대는 펀드출자자(LP)가 동일한 경우가 많아 곳곳에서 매각작업에 어려움이 생기고 있다.
1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에너지 지분 매각을 추진하는 스카이레이크인큐베스트는 인수후보로 외국계 재무적 투자자(FI)를 중점적으로 물색하고 있다.
주된 이유는 스카이레이크가 포스코에너지를 인수하는 데 사용한 펀드가 국민연금으로부터 돈을 받았기 때문이다. 스카이레이크는 2010년 3월 전환상환우선주(RCPS) 방식으로 투자하면서 국민연금에서 2000억원, 국민은행에서 200억원을 받아 프로젝트 펀드를 만들었다. 스카이레이크가 이를 되팔려면 국민연금에서 돈을 받지 않은 펀드를 물색해야 한다. 국민연금이 투자한 펀드가 국민연금이 투자한 다른 펀드의 물건을 사올 경우 둘 중 한 곳은 고가 매입 또는 헐값 매각 등의 이슈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H&Q아시아퍼시픽코리아도 메가스터디 지분 9.21%를 사들일 당시 LP였던 우정사업본부가 반대해 딜이 무산될 뻔한 적이 있다. PEF인 코너스톤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지분을 사들였는데 두 펀드가 우정사업본부와 국민연금을 LP로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PEF에 출자하는 연기금의 숫자가 20개 남짓으로 제한적인 상황에서 PEF 숫자가 급증하면서 생긴 구조적 문제로 진단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M&A 생태계가 원활하게 돌아가려면 세컨더리(PEF 간 또는 LP 간 거래) 시장이 정착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PEF들이 해외 기관을 출자자로 확보하는 등 LP를 다양화하고, 국내 연기금 등도 개별 PEF 간 거래에 유연한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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