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412개 간판 내리는동안
공격적 '신장개업' 마케팅
[ 박해영 기자 ] 지난해 11월 서울 근교의 개발제한구역 일부가 풀렸다는 소식을 접한 에쓰오일 영업팀은 즉시 직원들을 현장에 보냈다. 해제 지역의 지적도와 등기부 등본을 확보한 이들은 주유소 후보지를 선정하고 토지 소유주들을 일일이 만났다. 마침 한 명이 주유소 개업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영업직원들은 주유소 운영 매뉴얼 제공, 경영 컨설팅 등 본사의 각종 지원책을 설명했다. 이들은 3개월 이상 공을 들인 끝에 이달 초 에쓰오일 간판을 단 신설 주유소를 여는 데 성공했다.
정유사들의 주유소 마케팅이 치열해지고 있다. 알뜰주유소 등장 후 가격 경쟁이 심해지면서 수익성이 나빠진 데다 경기침체로 수요까지 부진해 문을 닫는 주유소가 늘고 있어서다. 정유사들의 주유소 확보도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19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4대 정유사 간판을 단 주유소는 2011년 말 1만2153개에서 작년 말 1만1084개로 1069개 감소했다. GS칼텍스가 501개로 가장 많이 줄었고, SK에너지(412개) 현대오일뱅크(192개)도 대폭 감소했다. 상당수는 알뜰주유소로 전환했고 일부는 폐업한 것으로 추정된다.
알뜰주유소와 셀프주유소 확산 등의 영향으로 주유소 시장이 재편되면서 정유사들도 대응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주유소 점유율이 낮은 에쓰오일이 가장 적극적이다. 2011년 말 1940개였던 이 회사 주유소는 작년 말 1976개로 36개 늘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시장 침체기가 오히려 후발주자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주유소 사업자들과 장기간 신뢰를 쌓아가며 판매망을 넓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쓰오일은 최근 2년 새 2배 이상 늘어난 셀프주유소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
반면 선두권인 SK와 GS는 외형보다는 내실 위주로 전략을 바꿨다. 특히 SK는 커피숍, 편의점, 정비소 등을 함께 갖춘 복합형 주유소를 늘리고 있다. SK는 지난 3일 커피프랜차이즈인 주커피와 공동으로 강원 춘천에 주유소와 커피숍을 결합한 형태의 주커피SK춘천후평점을 열었다. SK 관계자는 “2008년 2개였던 복합형 주유소를 최근 24개까지 늘렸다”며 “포화상태인 주유소는 당분간 숫자 감소가 불가피한 만큼 테마형 주유소 등 특색있는 점포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GS도 적자가 나는 주유소들은 과감히 정리하고 수익성 중심으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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