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조트 붕괴' 부실 시공 수사…1인당 5억 보상 합의

입력 2014-02-19 21:36   수정 2014-02-20 05:09

경찰, 설계 도면 확보…이웅열 회장, 사재 털어 유족에 보상


[ 하인식 / 김태현 기자 ]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와 관련해 경찰이 설계에서 시공·감리·사후관리에 이르기까지 총체적 부실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코오롱그룹 측과 유족들은 사망자 보상에 합의했다.

경북경찰청은 19일 배봉길 차장을 본부장으로 50명 규모의 수사본부를 경주경찰서에 설치하고, 관련 업체와 관련자 소환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경찰은 붕괴된 체육관 시설 자체의 부실시공이나 불량 자재 사용 등 이번 사고의 원인 규명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체육관 지붕이 한순간에 무너진 것은 눈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할 만큼 설계상의 하자나 시공상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체육관 지붕의 기울기가 15도에 불과한 것도 사태를 키운 원인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지붕의 기울기가 최소 40도 이상 돼야 쌓인 눈의 하중을 견딜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날 경주시로부터 체육관 시설 인허가 관련 서류와 설계도면, 시방서 등을 확보해 부실공사 여부에 대해 중점 조사하고 있다. 또 사고가 난 체육관에는 폐쇄회로TV(CCTV)가 없으나 대행업체 직원이 촬영한 행사 동영상을 확보해 사고 당시 상황도 분석하고 있다. 경찰은 리조트 회사 관계자들을 불러 눈 무게 때문에 체육관 지붕이 무너질 위험성이 있는데도 제설작업을 하지 않은 경위 등에 대해 따질 방침이다. 사고현장에는 이날 오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시설안전공단, 한국강구조학회 등 전문가 30여명이 도착해 현장감식에 들어갔다.

체육관 붕괴 사고의 사망자 유족과 코오롱그룹 측은 이날 오전 분향소가 설치된 울산 21세기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나 보상에 최종 합의했다. 양측은 구체적인 보상금액을 밝히지 않았으나 학생 희생자 1인당 5억원 선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합의에는 총 9명의 사망 학생 유족 중 6명이 동참했다. 나머지 3명은 코오롱 측과 따로 보상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에 대한 보상금 중 일부는 이웅열 코오롱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내기로 했다. 코오롱 관계자는 “원만한 합의가 유족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위로하는 길이라고 판단해 이 회장이 보상액 중 일부를 개인적으로 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유족과 부산외국어대 측은 장례를 학교장으로 하기로 합의했다. 대학 측은 희생 학생들에게 명예졸업장을 주고, 사고로 외상후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학생들을 한국심리학회에 의뢰해 치료하도록 지원한다.

경주=하인식/부산=김태현 기자 ha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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