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졸릭 "日, 돈 흐름에만 의존…실물 성장이 뒷받침돼야"
하마다 고이치 "아베노믹스 가장 효과적…긴축 전환 언제냐가 고민"
[ 박동휘/강영연 기자 ]
‘2014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 둘째날인 19일 ‘뉴 톨레랑스-새로운 균형을 위한 협력’을 주제로 열린 첫 번째 세션에서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와 아베노믹스를 두고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중국 경제에 대해선 리커창 중국 총리의 자문역으로 활동 중인 린이푸 전 세계은행 부총재와 폴 볼커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맞붙었다. 린 전 부총재는 “중국은 앞으로 20년간 연평균 7~8% 성장률을 유지할 것”이라며 낙관론을 폈다. 이에 대해 볼커 전 의장은 “중국의 부채가 잠재 위험이 될 수 있으며, 생산과 소비 불균형에 따른 성장통을 겪을 우려가 있다”고 맞섰다.
세션은 나성린 새누리당 의원의 사회로 진행됐다. 볼커 전 의장과 린 전 부총재, 로버트 졸릭 전 세계은행 총재, 하마다 고이치 미국 예일대 명예교수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중국 경제 놓고 ‘격론’
린 전 부총재는 “중국 경제 성장의 세 가지 걸림돌은 소득 양극화와 부패, 환경 오염이지만 이 같은 문제는 한국을 비롯해 개발도상국가들이 모두 겪었던 일이고, 중국 경제가 고도화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낙관론을 폈다. 볼커 전 의장은 “중국의 부채가 급격히 증가하고 부실화되고 있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했다.
린 전 부총재는 “중국의 부채는 다른 나라와 사정이 다르다”고 반박했다. “(많다고 지목받고 있는) 중국 지방 정부의 부채(중국 GDP에서 34% 차지)는 사회간접자본(SOC) 등에 투자하기 위한 용도여서 대차대조표상 자산의 성격을 띤다”는 게 반박의 골자였다. 그는 “중앙 정부도 단기 부채를 빌려 장기 사업에 투자한다”고 덧붙였다.
린 전 부총재는 “일부 지방 정부에선 만기 때 채무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겠지만 중앙 정부가 언제든지 도와줄 수 있다”며 “금융 위기의 발화점인 외환 보유액 면에서도 중국은 걱정할 일이 없다”고 강조했다.
볼커 전 의장은 이에 대해 “중국 경제는 성숙단계로 가는 전환기에 있다”며 “이 과정에서 성장통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론 중국 소비 비중은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 정도로 미국 소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점을 꼽았다. 볼커 전 의장은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투자와 소비가 균형을 찾아야 하지만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중국 국가 부채에 대해서도 “지방 정부 부채가 통제 불가능한 상황으로 갈 것으로 보진 않지만 크게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하마다 “아베노믹스 여전히 유효”
아베노믹스에 대한 전망에서도 미묘하게 견해가 엇갈렸다. 아베노믹스의 설계자로 알려진 하마다 교수는 “각국은 스스로 물가나 고용률을 정할 수 있다”며 현 정책을 적극 옹호했다. 나 의원이 “뉴 톨레랑스(관용), 새로운 균형을 위한 협력이 토론의 주제”라고 했음에도 하마다 교수는 “(큰 틀에서 공조를 할 수는 있지만) 기술적인 협력은 세계 각국이 강조하지 않는 것이 추세”라고 답했다. 엔화를 풀어 일본 경제를 살리겠다는 아베 신조 총리의 통화 및 재정 정책에 간섭하지 말라는 의미다.
이에 대해 볼커 전 의장은 “양적완화는 10여년 전 일본이 만든 말”이라며 “인플레이션을 통해 문제(장기 침체)를 해결하는 게 맞는 방식인지 묻고 싶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10여년 전’이란 표현은 2001년 하야미 마사루 일본 중앙은행 총재가 ‘제로 금리’로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지 못하자 채권을 사는 방식으로 80억달러가량을 쏟아부은 것을 가리킨다.
하마다 교수는 “디플레이션갭(실질 GDP 증가율이 잠재 성장률에 못 미치는 상태)이 해소됐는데도 계속 돈을 찍어낸다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라며 “아직 뚜렷한 성장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일본 경제는 충분한 잉여 생산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현 통화 및 재정정책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응수했다.
이에 대해 졸릭 전 총재는 “2차에 걸쳐 진행된 미국의 양적완화는 지금까지 가보지 않은 길이고 이례적인 조치였다”며 “경제 성장은 돈의 흐름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실물 부문의 성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동휘/강영연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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