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급한 상장사, 너도나도 유상증자…"옥석 가려야"

입력 2014-02-20 08:58  

[ 정혁현 기자 ] 재무구조가 취약한 일부 상장사들의 유상증자가 잇따르고 있다.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이 전면 금지된데다 동양 사태 이후 기업어음(CP), 회사채 등의 발행이 어려워진 탓이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주류 제조업체 보해양조는 전날 169억5100만원 규모의 주주우선 공모 방식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보해양조는 조달자금을 차입금 상환에 쓸 계획이다. 보해양조는 지난달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통해 9억9100만원을 마련했다.

김성훈 보해양조 부장은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부채 규모는 900억원선에서 700억원선으로 낮아질 것"이라며 "2년전 맞았던 유동성 위기가 어느정도 해소된 만큼 영업 정상화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GS건설은 지난 18일 5236억원의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예고했다. 이번에 조달된 자금은 회사채 상환과 미착공 프로젝트파이낸싱(PF)관련 잠재 부실 정리에 사용될 것으로 관측된다.

안형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착공 PF 관련 부실을 정리하는 것은 긍정적"이라며 "급한 불은 끌 수 있겠지만 실적 불확실성이 아직 걷히지 않은 만큼 실적 개선 추이를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플랜트 설비업체인 포스코플랜텍도 871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있다. 포스코플랜텍의 자금조달 목적도 부채 축소다. 부채비율을 낮춰 수주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다.

황명학 포스코플랜텍 상무는 "재무구조가 개선되면 수주 경쟁력이 높아져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실적이 개선되면 재무구조가 다시 좋아지는 선순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혁원단 등 제조업체인 신우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유상증자를 반복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12일 주주우선 공모 유상증자를 통해 114억7200만원을 조달키로 했다. 지난 11일에도 서동일 대표를 대상으로 1억9900만원 규모의 증자 계획을 밝혔다.

신우는 지난해 11월에도 서 대표를 대상으로 25억원 규모로 증자를 단행했다. 앞서 8월에는 105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결정했으나 주가 하락, 기존 주주들의 반발 등으로 이를 철회했다.

최근 유상증자에 나선 기업들의 공통점은 재무구조가 취약하다는 데 있다. 신우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638.69%에 달한다. 포스코플랜텍과 보해양조의 부채비율은 각각 451.69%, 327.18%다. GS건설의 부채비율도 250%를 웃돈다.

실적도 대체로 부진하다. 포스코플랜텍은 지난해 63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적자전환했다. GS건설도 지난해 적자로 돌아섰다. 영업손실은 9372억원에 이른다. 보해양조의 작년 영업이익은 3.9% 감소했다. 신우는 지난해 3분기까지 53억4300만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본질가치를 파악하고 투자해야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을 방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이 늘어난 만큼 투자자들은 유상증자에 참여할 경우 발행사의 펀더멘털(기업가치) 등을 고려해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정혁현 기자 chh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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