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 아델리나 소트니코바 (러시아·224.59점), 은메달 김연아 (대한민국·219.11점), 동메달 카롤리나 코스트너 (이탈리아·216.73점). 여기에 동의 하십니까? (Do you agree with the resuts?)”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동계올림픽의 피겨 여자 싱글 결과가 나온 직후 이 대회 미국의 주관방송사인 NBC가 자사 트위터에 올린 문구 입니다.
이날 경기를 시청한 대한민국을 비롯한 상당수 국가의 국민 다수는 이에 대해 “부조리 하다”고 그 정답으로 선택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NBC가 이 같은 의문을 던진 배경엔 ‘턱도 없는 결과’라는 매우 객관적인 판단이 따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국 BBC의 중계 해설자는 경기 후 “김연아가 매우 힘들었다”며 “1등 (김연아) 보다 못했다고 할 사람은 심판 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ESPN 올림픽 사이트에는 곧 바로 “홈 쿠킹 (Home-Cooking) 금메달”이라고 비꼬는 댓글이 등장했습니다. ESPN은 곧 이은 관련 기사의 제목으로 ‘Home-Ice Advantage’를 골랐습니다. [관련기사 캡처]
독일의 피겨 레전드 카타리나 비트는 방송 해설을 통해 “이해할 수 없다. 화가 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미국의 USA Today는 이날 프리스케이팅 결과가 나온 직후 게재한 기사에서 “러시아 풋내기를 훨씬 세련된 2명보다 더 높은 곳에 올려놓은 심판 9명 중 1명은 부패인사이고 1명은 러시아 피겨연맹 회장의 아내”라고 폭로했습니다. [관련기사 캡처]
AFP통신은 특히 "소트니코바가 논란의 여지가 많은 상황에서 김연아를 2위로 밀어냈다"고 보도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습니다. AFP는 "소트니코바가 ‘더블 루프’를 뛰면서 착빙 (두발 착지)에 실수가 있었지만 김연아와 동메달리스트 카롤리나 코스트너는 실수가 없는 연기를 펼쳤다"고 평가했습니다.
국내에서는 이 때문에 인터넷 SNS가 ‘대폭발’ 했습니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의 심판 채점에서 ‘소’트미코바에게 ‘후(厚) 점수를 부여하고 ’김‘연아에게 박(薄)하게 채점했다’며 등장한 사자성어 ‘소厚김薄’이 이날 프리프로그램에선 무한대로 뻗었다고 네티즌들은 지적했습니다.
한 네티즌은 이와 관련 “심판들이 채점에서 (실수한) 소트미코바에겐 굴삭기를, (완벽한) 김연아에게 대패를 들이대 피겨퀸 김연아를 권자에서 강제로 끌어내린 점수 쿠데타”라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영하 40도는 추위도 아니고 (영하 60도를 밑도는 시베리아 땅), 40도 짜리는 술 (높은 도수를 자랑하는 보드카의 본고장)도 아니고, 400Km는 먼 거리(거대한 길이와 넓이를 가진 땅)가 아니다.“
이는 1997년 이번 올림픽이 열린 러시아 출장을 갔을 때 한국인 출신 가이드가 전해준 현지 속담 중 하나입니다.
이날 피겨의 채점에 대한 각종 의혹을 보니 문득 이 속담의 뒷 부문에 한마디를 더 포함돼야 하겠다는 느낌입니다. “러시아에서 올림픽 피겨 시상대 1위 자리는 결코 높은 곳이 아니다.”이 곳은 ‘더블 루프’를 뛰면서 두 발로 착지하는 실수를 하더라도 오를 수 있는 자리여서 입니다.
무엇보다 이날 소트미코바가 시상대의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 선 것에 대해 ‘분노’하지 않습니다. 올림픽 개최국 러시아 출신의 대문호 푸슈킨이 “현실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노여워 마라”고 언급한 까닭입니다. 또 푸슈킨의 이 말은 “소토미코바는 단지 ‘부덕의 소치’인 홈-쿠킹 금메달리스트에 불과할 뿐”이라고 해석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런 기록을 영원히 남깁니다. 소치올림픽 여자 싱글 피겨의 ‘진정한’ 금메달리스트는 ‘은빛 나는 빙상을 누구보다 정확하고, 빠르고, 길게, 멀리, 그리고 높이 솟아오른 은메달의 주인공인 피겨퀸 '김연아'라는 사실을.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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