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T 벤처 왜 못나오나
자금·노하우 부족도 원인
[ 심성미 기자 ]
잘못된 식습관을 고쳐주는 ‘해피포크’, 양치질 습관을 모니터링해주는 칫솔 ‘빔 브러시’, 하루 운동량과 수면의 질을 체크해주는 ‘피트비트’….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한 이 제품들의 공통점은 해외의 조그만 벤처업체가 만들어 히트를 쳤다는 점이다. 미국의 스타트업들은 이제 단순한 애플리케이션 개발 단계를 넘어 디바이스를 만드는 제조사업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반면 대표적인 ‘메이드 인 코리아’ IoT 제품은 삼성 ‘갤럭시 기어’, LG ‘홈챗’. 모두 대기업이 만든 제품이다. 이 외에 한국인이 만든 IoT 제품 중 주목받는 건 영국 런던에 있는 엔싱(nThing)의 화분 관리 솔루션인 ‘플랜티’ 정도다.
해외 벤처기업들이 활발하게 IoT 관련 제품을 쏟아내 호평받고 있는 반면 국내 벤처업체들이 IoT 산업에 쉽사리 뛰어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제조업에 대한 진입 장벽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상기 소셜컴퓨팅연구소장은 “전문화된 펀드나 지원 프로그램이 없는 국내에서 소규모 벤처가 제조업에 뛰어들기란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제조업을 시작할 자금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은 데다 제조에 대한 노하우도 없다는 것이다.
미국 시장의 최대 장점은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기 쉽다는 것. 2009년 설립된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 ‘킥스타터’가 좋은 예다. 킥스타터는 상품 아이디어, 모금 목표액, 개발 완료 예정 시점 등을 사이트에 올려놓으면 프로젝트를 지지하는 킥스타터 회원이 후원자로 나서는 시스템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 따르면 킥스타터가 현재까지 성공한 프로젝트는 5만447개로 총 7억1800만달러(약 7600억원)를 모금하는 데 성공했다. 킥스타터를 통해 모금에 성공한 대표적인 제품은 스마트워치 ‘페블’. 대기업보다 먼저 스마트워치를 대중에 선보인 이 회사는 지난해 킥스타터를 통해 1000만달러(약 112억원)를 모금했다. 약 20만대의 스마트워치를 팔아 일본 정보기술(IT) 대기업 소니의 스마트워치보다 훨씬 많은 매출을 냈다.
이런 ‘제조업 진입 장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정부는 온라인 멘토링 지원 서비스인 ‘창조경제타운’을 마련했다. 창업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내면 전문가들이 사업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이트다. 하지만 성과는 아직 크지 않다. 사이트 오픈 당시 하루평균 230여건씩 올라왔던 창업 아이디어 역시 최근엔 30~40건에 머물고 있다. 사업화 단계까지 발전한 경우도 미미하다. 가장 큰 문제는 불성실한 운영 상태다. 사이트에 아이디어를 개진한 A씨는 “사업화를 위한 자금 지원 등 구체적인 방안을 듣기는커녕 아이디어를 올린 지 한 달이 다되도록 짧은 답변조차 얻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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