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은정 기자 ] “관료 출신을 내려보내려고 반년이나 기다렸다는 말을 듣지 않겠습니까.”
한 손해보험사 임원은 최근 김교식 전 여성가족부 차관이 신임 손해보험협회장에 내정됐다는 보도에 이같이 반응했다.
손보협회장은 작년 8월 이후 반년째 공석이다. 문재우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이후 후임자를 뽑지 못했다. 당시 후임자를 뽑지 못한 것은 ‘관치(官治) 논란’ 때문이었다.
이장호 전 BS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퇴진 압박을 전후해 비판적인 여론이 커졌다. 청와대는 각 부처에 기관장 인사 중단을 지시했다. 한국거래소 이사장과 손보협회장에 관료 출신을 배제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손보협회장은 5개 손보사와 교수로 구성된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후보를 추천하면 손보사들이 투표로 뽑는다. 형식상으로만 보면 외부 입김이 끼어들기 어려운 구조다. 실상은 다르다. 금융당국이 내세운 관료 출신이 회장을 맡아왔다.
청와대의 ‘낙하산 인사’ 금지 조치 이후 관료들의 자리 조정이 어려워지면서 손보협회장 선출 작업은 수개월간 시작조차 못했다. 이로 인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내부 조직 개편과 인사는 기약 없이 미뤄졌다. 자동차 보험료 및 각종 제도 개선과 관련된 업계의 통일된 목소리도 내지 못했다.
손보협회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과 공감대를 형성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회장 선임 절차를 시작하는 건 어렵다”며 “이제 관치 논란이 잠잠해지니 내정자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손보협회장 내정자로 언급되는 김 전 차관은 행정고시 23회다. 재무부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08년부터는 한나라당 기획재정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을 지냈다. 2010~2011년 여가부 차관을 끝으로 공직생활을 마감했다. 박근혜 대통령 대선캠프에서도 활동했다.
다음달 초 신임 손보협회장 선출을 위한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구성될 전망이다. 신임 손보협회장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능력이다. 하지만 신임 손보협회장 선출 작업이 시작 전부터 능력과 무관한 내정설로 얼룩진다면 ‘반년을 기다린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듯하다.
김은정 금융부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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