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대만산 저가패널로 바꿔
[ 김현석 기자 ]
소니가 ‘탈(脫)삼성’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과거 삼성과 합작해 S-LCD를 세워 TV용 LCD 패널을 사들였던 소니는 최근 구매처를 삼성디스플레이에서 대만 및 중국 회사로 돌리고 있다. 패널뿐 아니라 반도체 구매량도 줄였다. 이에 따라 소니는 지난해부터 삼성전자의 5대 고객사에서 이탈했다.
TV와 스마트폰 시장경쟁에서 뒤처진 소니가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값싼 부품을 찾고 있는 전략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다 애플처럼 삼성 의존도를 의도적으로 낮추려는 경쟁심리가 작용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줄어든 소니의 삼성부품 구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소니는 지난해 1분기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전체 LCD TV용 패널의 69%를 공급받았다. 하지만 2분기엔 이 비중이 48%로 뚝 떨어졌고, 3분기에는 43%로 하락했다. 4분기 비중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30% 초반대에 머무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소니는 삼성 제품 대신 값이 상대적으로 싼 대만 AUO와 이노룩스 LCD 패널 구매를 늘리는 추세다.
소니는 한때 삼성전자 패널의 최대 수요처 중 하나였다. 2004년부터 2011년까지는 삼성과 합작한 S-LCD를 통해 매년 수조원어치의 LCD 패널을 구매했다. 하지만 2011년 말 S-LCD 청산을 결정했고 지난해부터는 주문량을 확 줄였다. 소니의 이탈로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전년 대비 출하량과 매출이 각각 14.4%와 27.4% 하락했다.
소니는 LCD 패널뿐 아니라 메모리반도체 구매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말까지 삼성전자 최대 고객사였던 소니는 이듬해인 2011년 1분기엔 애플에 이어 2위였고, 2012년 말에는 4위 고객사로 내려앉았다. 2013년 1분기에는 아예 상위 5대 고객사 명단에서 빠질 만큼 거래량이 급감했다.
◆소니의 탈삼성 이유는
소니의 삼성 부품 구매가 크게 줄어든 이유에 대해 업계에선 실적 부진 때문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소니 TV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계속해서 줄고 있고, 이로 인해 LCD 수요도 감소했다는 것이다. 2011년 11.1%에 달했던 TV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3분기 7.0%까지 낮아졌다. 삼성전자, LG전자뿐 아니라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의 하이센스, TCL과 미국의 저가 브랜드 비지오에까지 밀리고 있어서다.
소니의 최근 신용등급이 투자부적격(정크)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지속된 실적 부진으로 더 이상 프리미엄 마케팅을 유지하기 힘든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소니는 LCD 패널 구매 규모 자체가 줄고 있을 뿐 아니라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탈락하면서 고가 패널을 줄이고 저가 패널을 주로 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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