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미환 기자 ]
역삼각형 반도와 몇 개의 섬으로 이뤄진 작은 도시, 홍콩은 놀라운 매력으로 가득하다. 푸른 바다를 사이에 두고 홍콩의 심장부인 침사추이와 센트럴, 코즈웨이베이와 완차이가 펼쳐져 있다. 세계적인 건축가가 완성한 마천루들이 도열한 가운데 과거와 미래, 동양과 서양이 뒤섞인 도시는 세계 곳곳의 여행자들을 유혹한다.
홍콩의 옛 모습을 오늘에 느끼다
홍콩 여행의 통상적인 목적지는 센트럴과 침사추이를 중심으로 한 시내의 몇 구역에 쏠린다. 도심을 조금 벗어난다면 바닷가의 레스토랑 거리와 전통시장으로 유명한 스탠리, 홍콩 부호들이 모여 사는 리펄스베이 정도가 유명하다. 그 정도로 만족하긴 아직 이르다. 눈을 조금만 더 돌려보면 청정한 자연과 아름다운 해안도로, 넘실대는 파도 너머 숨어 있는 이색적인 마을들이 여행객의 발길을 반긴다.
첫 번째 목적지는 홍콩에서 가장 큰 섬인 란타우다. 첵랍콕 국제공항 개장과 더불어 개발이 이뤄진 란타우섬에서는 홍콩의 가장 순결한 매력을 확인할 수 있다. 웅장한 대자연과 타이오 어촌마을은 미래적인 대도시 홍콩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오래된 수상가옥이 빼곡하게 늘어선 타이오 어촌마을에서는 신선한 해산물 요리를 즐길 수 있으며, 옹핑 360이라는 케이블카 역시 이곳의 명물이다. 5.7㎞ 길이의 케이블카는 홍콩의 숲과 바다를 감상하기에 더없이 좋다. 케이블카의 바닥 전체가 투명판으로 돼 있어 발 아래의 푸르른 풍경이 고스란히 내려다보인다. 25분 정도 케이블카로 공중을 여행하면 테마 마을인 옹핑빌리지에서 채식 요리와 거대한 청동 좌불상을 만날 수 있다. 청동 좌불상에서 낯익은 느낌이 들어 고개를 갸웃한다면, 당신의 예감이 맞다.
좌불상이 모셔진 포린 사원은 영화 ‘런닝맨’과 ‘무간도’에서 인상적으로 등장한 바 있다. 그 박력으로 가득한 풍경을 눈에 담아 보자. 자연을 좀 더 가까이에서 체감하고 싶다면 홍콩에서 세 번째로 큰 라마섬이 적절하다. 센트럴의 페리 터미널 4번 부두에서 배를 타고 20분 남짓 가면 된다. 기막히게 맛있는 해산물 레스토랑이 바다 앞에 늘어선 어촌 소쿠완과 아기자기한 숍, 친환경 레스토랑들이 사랑스러운 용슈완이 라마섬의 중심지다. 자동차 운행이 금지된 섬에서는 도시보다 자연을 택한 젊은이들이 유기농 카페와 개성이 넘치는 아틀리에를 운영하고, 텃밭을 가꾸며 살아간다
홍콩의 트레일 코스
도심속 300㎞…아시아의 산티아고
홍콩은 쇼핑천국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도심 내부에는 장장 300㎞에 달하는 트레일 코스(걷는 길)가 있다. 홍콩의 트레일 코스는 홍콩 트레일(약 50㎞), 윌슨 트레일(78㎞), 맥리호스 트레일(약 100㎞), 란타우 트레일(약 75㎞) 등 모두 303㎞에 달한다. 우거진 산림을 헤치며 홍콩을 걷다 보면 홍콩 여행의 또 다른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자오예공원에서 시작된 홍콩 트레일
어쩌다 이렇게 장대한 트레일 코스가 생겼을까. 이들 4대 트레일은 자오예공원(郊野公園)에서 비롯됐다. 영어로 ‘Country side park’로 표기하는 자오예공원은 ‘도시 안 녹지공원’을 이르는 말이다. 1966년부터 일어난 중국 문화대혁명으로 많은 젊은이가 반영국 데모에 참가하자 영국 정부는 젊은이들이 에너지를 발산할 장소의 확보가 필요했다. 이에 1971년 벤치, 테이블, 바비큐장을 만들어 레크리에이션을 위한 시설을 설치했는데 이것이 호평받으면서 자오예공원은 홍콩 사회에 필수적인 사업으로 떠올랐다.
자오예공원은 1979년 9월까지 21개가 만들어졌다. 이때 부임한 맥리호스 총독은 홍콩의 젊은이들이 하이킹을 즐길 수 있도록 장대한 트레일을 만들기로 했다. 첫 번째로 신계지와 주룽반도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맥리호스 트레일이, 1984년에는 란타우섬을 동서로 왕복하는 75㎞의 란타우 트레일이 개통됐다. 1985년에는 홍콩섬을 가로지르는 홍콩 트레일이, 1996년에는 신계지와 주룽반도를 남북으로 가로 지르는 윌슨 트레일이 완성됐다. 각 트레일은 다시 세부 구간으로 나뉘는데 홍콩 트레일은 8개, 윌슨 트레일은 10개, 맥리호스 트레일은 10개, 란타우 트레일은 12개 섹션으로 나눠진다.
한 곳만 선택한다면 ‘용의 등’
다양한 홍콩 트레일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용의 등’이라는 뜻의 드래곤스백 트레킹이다. 굽이굽이 산길이 마치 용의 등과 같이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2004년 타임지가 아시아 최고의 하이킹 코스로 꼽기도 했다. 서양인들은 홍콩에 오면 일정 중 하루는 반드시 이곳을 들를 정도로 유명하다. 버스를 타고 조금 오르면 드래곤백 능선에 이른다. 어느 정도 계속 오르다 보면 주변 경치가 보이는데 서쪽을 바라보면 별장 같은 주택이 많다. 동쪽으로는 대량만과 학저만이 보이며, 형무소와 골프장을 비롯해 해수욕장이 시원하게 펼쳐져 인상적이다. 등산로는 키가 작은 숲으로 이뤄져 있다. 등산로 입구에서 40분 정도면 드래곤백의 최고봉인 섹오피크에 도착한다.
다시 걷다 보면 곧이어 완찬산이 나오는데 발 아래로 빅웨이브 베이비치와 감옥이 눈에 들어온다. 여기까지가 가장 경치가 좋은 곳으로 꼽힌다. 다시 숲속으로 40여분을 들어가면 타이탐로드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분기점이 나온다.
더 산행을 즐기고 싶으면 아스팔트 길을 따라 마당요를 거쳐 1100개의 돌계단을 내려가면 된다. 좌측으로 형무소 내부가 보이고 돌계단의 끝은 빅웨이브 베이비치로 이어진다.
TIP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캐세이패시픽, 타이항공 등이 매일 인천~홍콩 간 직항편을 운행한다. 제주항공, 진에어와 같은 저비용 항공사도 직항편을 운항 중이다. 3시간 반 정도 걸리며 시간은 한국보다 1시간 늦다. 홍콩달러(HK$)를 사용하며 1홍콩달러는 136원(1월 기준) 정도. 생선이나 고기를 푹 삶은 육수에 다양한 면을 말아내는 국수는 홍콩 사람들의 일상에 가장 가까운 음식이다. 유명 국수집이 있는 좁다란 골목에는 문을 열기 전부터 긴 줄이 생긴다. 커다란 솥에 소 안심과 한약재를 듬뿍 넣고 8시간 동안 고아낸 육수에 면과 고기, 도가니를 올렸다. 육수에 카레를 첨가해 매콤한 맛을 낸 카레 소고기 안심 국수도 맛있다. 사천요리도 홍콩에서 즐길 수 있다. 사천요리로 혀를 화끈하게 자극하고 싶다면 오골계 튀김을 추천한다. 태국 고추 소스에 하루 절인 뒤 바삭하게 튀겨낸 오골계는 쫄깃한 육질과 얼얼한 매운맛으로 침샘을 끊임없이 자극한다.
우제붕 트레킹전문작가 jbwooo@naver.com
역삼각형 반도와 몇 개의 섬으로 이뤄진 작은 도시, 홍콩은 놀라운 매력으로 가득하다. 푸른 바다를 사이에 두고 홍콩의 심장부인 침사추이와 센트럴, 코즈웨이베이와 완차이가 펼쳐져 있다. 세계적인 건축가가 완성한 마천루들이 도열한 가운데 과거와 미래, 동양과 서양이 뒤섞인 도시는 세계 곳곳의 여행자들을 유혹한다.
홍콩의 옛 모습을 오늘에 느끼다
홍콩 여행의 통상적인 목적지는 센트럴과 침사추이를 중심으로 한 시내의 몇 구역에 쏠린다. 도심을 조금 벗어난다면 바닷가의 레스토랑 거리와 전통시장으로 유명한 스탠리, 홍콩 부호들이 모여 사는 리펄스베이 정도가 유명하다. 그 정도로 만족하긴 아직 이르다. 눈을 조금만 더 돌려보면 청정한 자연과 아름다운 해안도로, 넘실대는 파도 너머 숨어 있는 이색적인 마을들이 여행객의 발길을 반긴다.
첫 번째 목적지는 홍콩에서 가장 큰 섬인 란타우다. 첵랍콕 국제공항 개장과 더불어 개발이 이뤄진 란타우섬에서는 홍콩의 가장 순결한 매력을 확인할 수 있다. 웅장한 대자연과 타이오 어촌마을은 미래적인 대도시 홍콩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오래된 수상가옥이 빼곡하게 늘어선 타이오 어촌마을에서는 신선한 해산물 요리를 즐길 수 있으며, 옹핑 360이라는 케이블카 역시 이곳의 명물이다. 5.7㎞ 길이의 케이블카는 홍콩의 숲과 바다를 감상하기에 더없이 좋다. 케이블카의 바닥 전체가 투명판으로 돼 있어 발 아래의 푸르른 풍경이 고스란히 내려다보인다. 25분 정도 케이블카로 공중을 여행하면 테마 마을인 옹핑빌리지에서 채식 요리와 거대한 청동 좌불상을 만날 수 있다. 청동 좌불상에서 낯익은 느낌이 들어 고개를 갸웃한다면, 당신의 예감이 맞다.
좌불상이 모셔진 포린 사원은 영화 ‘런닝맨’과 ‘무간도’에서 인상적으로 등장한 바 있다. 그 박력으로 가득한 풍경을 눈에 담아 보자. 자연을 좀 더 가까이에서 체감하고 싶다면 홍콩에서 세 번째로 큰 라마섬이 적절하다. 센트럴의 페리 터미널 4번 부두에서 배를 타고 20분 남짓 가면 된다. 기막히게 맛있는 해산물 레스토랑이 바다 앞에 늘어선 어촌 소쿠완과 아기자기한 숍, 친환경 레스토랑들이 사랑스러운 용슈완이 라마섬의 중심지다. 자동차 운행이 금지된 섬에서는 도시보다 자연을 택한 젊은이들이 유기농 카페와 개성이 넘치는 아틀리에를 운영하고, 텃밭을 가꾸며 살아간다
홍콩의 트레일 코스
도심속 300㎞…아시아의 산티아고
홍콩은 쇼핑천국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도심 내부에는 장장 300㎞에 달하는 트레일 코스(걷는 길)가 있다. 홍콩의 트레일 코스는 홍콩 트레일(약 50㎞), 윌슨 트레일(78㎞), 맥리호스 트레일(약 100㎞), 란타우 트레일(약 75㎞) 등 모두 303㎞에 달한다. 우거진 산림을 헤치며 홍콩을 걷다 보면 홍콩 여행의 또 다른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자오예공원에서 시작된 홍콩 트레일
어쩌다 이렇게 장대한 트레일 코스가 생겼을까. 이들 4대 트레일은 자오예공원(郊野公園)에서 비롯됐다. 영어로 ‘Country side park’로 표기하는 자오예공원은 ‘도시 안 녹지공원’을 이르는 말이다. 1966년부터 일어난 중국 문화대혁명으로 많은 젊은이가 반영국 데모에 참가하자 영국 정부는 젊은이들이 에너지를 발산할 장소의 확보가 필요했다. 이에 1971년 벤치, 테이블, 바비큐장을 만들어 레크리에이션을 위한 시설을 설치했는데 이것이 호평받으면서 자오예공원은 홍콩 사회에 필수적인 사업으로 떠올랐다.
자오예공원은 1979년 9월까지 21개가 만들어졌다. 이때 부임한 맥리호스 총독은 홍콩의 젊은이들이 하이킹을 즐길 수 있도록 장대한 트레일을 만들기로 했다. 첫 번째로 신계지와 주룽반도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맥리호스 트레일이, 1984년에는 란타우섬을 동서로 왕복하는 75㎞의 란타우 트레일이 개통됐다. 1985년에는 홍콩섬을 가로지르는 홍콩 트레일이, 1996년에는 신계지와 주룽반도를 남북으로 가로 지르는 윌슨 트레일이 완성됐다. 각 트레일은 다시 세부 구간으로 나뉘는데 홍콩 트레일은 8개, 윌슨 트레일은 10개, 맥리호스 트레일은 10개, 란타우 트레일은 12개 섹션으로 나눠진다.
한 곳만 선택한다면 ‘용의 등’
다양한 홍콩 트레일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용의 등’이라는 뜻의 드래곤스백 트레킹이다. 굽이굽이 산길이 마치 용의 등과 같이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2004년 타임지가 아시아 최고의 하이킹 코스로 꼽기도 했다. 서양인들은 홍콩에 오면 일정 중 하루는 반드시 이곳을 들를 정도로 유명하다. 버스를 타고 조금 오르면 드래곤백 능선에 이른다. 어느 정도 계속 오르다 보면 주변 경치가 보이는데 서쪽을 바라보면 별장 같은 주택이 많다. 동쪽으로는 대량만과 학저만이 보이며, 형무소와 골프장을 비롯해 해수욕장이 시원하게 펼쳐져 인상적이다. 등산로는 키가 작은 숲으로 이뤄져 있다. 등산로 입구에서 40분 정도면 드래곤백의 최고봉인 섹오피크에 도착한다.
다시 걷다 보면 곧이어 완찬산이 나오는데 발 아래로 빅웨이브 베이비치와 감옥이 눈에 들어온다. 여기까지가 가장 경치가 좋은 곳으로 꼽힌다. 다시 숲속으로 40여분을 들어가면 타이탐로드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분기점이 나온다.
더 산행을 즐기고 싶으면 아스팔트 길을 따라 마당요를 거쳐 1100개의 돌계단을 내려가면 된다. 좌측으로 형무소 내부가 보이고 돌계단의 끝은 빅웨이브 베이비치로 이어진다.
TIP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캐세이패시픽, 타이항공 등이 매일 인천~홍콩 간 직항편을 운행한다. 제주항공, 진에어와 같은 저비용 항공사도 직항편을 운항 중이다. 3시간 반 정도 걸리며 시간은 한국보다 1시간 늦다. 홍콩달러(HK$)를 사용하며 1홍콩달러는 136원(1월 기준) 정도. 생선이나 고기를 푹 삶은 육수에 다양한 면을 말아내는 국수는 홍콩 사람들의 일상에 가장 가까운 음식이다. 유명 국수집이 있는 좁다란 골목에는 문을 열기 전부터 긴 줄이 생긴다. 커다란 솥에 소 안심과 한약재를 듬뿍 넣고 8시간 동안 고아낸 육수에 면과 고기, 도가니를 올렸다. 육수에 카레를 첨가해 매콤한 맛을 낸 카레 소고기 안심 국수도 맛있다. 사천요리도 홍콩에서 즐길 수 있다. 사천요리로 혀를 화끈하게 자극하고 싶다면 오골계 튀김을 추천한다. 태국 고추 소스에 하루 절인 뒤 바삭하게 튀겨낸 오골계는 쫄깃한 육질과 얼얼한 매운맛으로 침샘을 끊임없이 자극한다.
우제붕 트레킹전문작가 jbwoo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