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는 양호, 체감경기는 냉랭
지표 수치만 놓고 보면 박근혜 정부 1년의 경제 성적표는 그다지 나쁘지 않다. 지난해 경제 성장률은 2.8%였다. 회복세가 강하지는 않지만 2012년 2.0% 성장에 비춰보면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평가는 가능하다. 올해는 회복세가 더 빨라져 3.9%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물가도 안정세다. 2012년 2.2%이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1.3%로 낮아졌다.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2.5~3.5%)보다 낮은 수준이다. 무역 부문은 더 두드러진다. 세계 경제 침체 속에서도 3년 연속 무역 1조달러, 사상 최대 수출(5597억달러), 역대 최대 무역흑자(442억달러)를 기록하며 ‘무역 3관왕’을 달성했다. 경상수지 흑자는 707억달러로 사상 최대였다.
하지만 이를 피부로 느끼는 국민은 많지 않다. 수출과 달리 내수가 저조한 탓이다. 내수 부진은 저성장, 양질의 일자리 부족, 10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 부동산·증시 침체 등으로 가계의 소비 여력이 줄어든 결과다. 그나마 최근 취득세 영구인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으로 부동산 시장에 온기가 도는 점은 내수 회복에 청신호가 되고 있다.
청년 취업난도 풀어야 할 숙제다. 지난해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39.7%를 기록했다. 1982년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40% 밑으로 떨어졌다. 50~60대가 고용시장을 주도하며 취업자 수가 꾸준히 늘고는 있지만 젊은 층의 일자리 부족은 계속되고 있다.
경제 체질 개혁도 미흡
경제 체질 개선도 시급한 과제지만 성과가 미미하다. 핵심 국정과제인 창조경제는 정부 출범 초기부터 ‘개념이 모호하다’는 비판에 시달린 데 이어 여전히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의료, 관광, 교육 등 유망 서비스산업 활성화 방안은 이해집단의 반대에 막혀 있다.
정부가 지난해 병원의 경영난 개선을 위해 ‘영리 목적 자회사’ 설립을 허용하기로 하자 의료계가 ‘의료 민영화 시도’라며 집단적으로 반발한 게 대표적이다. 최근 정부와 의료계가 대화 모드에 돌입했지만 제대로 된 결과물이 나올지는 더 두고봐야 한다. 여기에다 정치권의 반대로 입법이 지연되는 사례도 적지 않아 서비스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다. 국정과제의 또 다른 축인 경제 민주화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야권은 ‘미흡하다’고 비판하는 반면 경제계는 ‘과도하다’며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분위기다.
재정 역시 점점 안심하기 힘들어지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거둔 돈(총세입)에서 이미 쓴 돈(총세출)과 올해로 넘겨 지출할 몫(이월금)을 뺀 세계(歲計)잉여금은 2012년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정부 수립 이후로는 두 번째 적자다. 현재 정부가 사실상 ‘마이너스 통장’을 쓰고 있다는 의미다.
2012년 말 443조1000억원이던 국가부채는 작년 말 480조3000억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는 515조2000억원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저출산·고령화, 복지 수요 증가가 맞물리면 재정 파탄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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