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기용하면 끝까지 중용…장관교체 최소화
[ 도병욱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의 집권 첫해 인사 방식은 ‘깜짝 인사’, ‘탈(脫)정치 실무 전문가형’, ‘신뢰지향 인사’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분석이다. 다만 지난 1년간 각종 인사 파동을 겪으면서 깜짝 인사에서 안정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사람 누구?” 이어진 깜짝 인사
박 대통령이 제18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처음으로 단행한 인사는 윤창중 칼럼세상 대표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대변인(이후 청와대 대변인)으로 임명한 것이다. 윤 대표는 대변인 후보로 전혀 거론되지 않았던 인물이다. 국회의원 시절 윤 대표의 칼럼을 눈여겨본 박 대통령이 직접 그를 인수위 대변인에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진 인수위원 인선 역시 세간의 예측을 뒤집는 ‘깜짝 인사’였다. 유민봉 성균관대 교수(국정기획조정분과 간사·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와 이혜진 동아대 교수(법질서·사회안전분과 간사), 모철민 예술의전당 사장(여성문화분과 간사·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박홍석 광주상공회의소 회장(경제 1분과 위원) 등은 하마평에 전혀 오르지 않던 인물이었다. 특히 이 교수의 경우 법조계에서도 “누군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였다.
내각 인선도 마찬가지였다. 김종훈 알카텔-루슨트 벨 연구소 사장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로, 윤진숙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본부장을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로 발탁한 게 대표적인 예다. 중소기업청장 내정자로 지목됐던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사장도 예상 밖 인사였다.
다만 이러한 인사 스타일은 최근 바뀌는 모습이다. 깜짝 인사로 기용한 인물들이 구설에 올라 물러나는 일이 반복된 게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최근 이주영 새누리당 의원을 해수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하고, 김규현 외교부 1차관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으로 임명한 게 대표적이다. 각각 국회의원과 관료 출신인 두 사람은 사실상 검증을 거친 인물이기 때문에, ‘무난한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친박 역차별 논란?
정치적인 인물보다는 실무형 인사를 선호한다는 것도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 중 하나다. 박 대통령을 오랫동안 보좌했던 친박(친박근혜)계 정치권 인사들이 정부나 청와대에 거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과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등이 예외적인 경우인데, 이들은 이른바 ‘자기 정치’를 하지 않고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일할 것이라는 믿음을 박 대통령에게 줬다는 게 중론이다.
이주영 후보자나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 유일호 전 당선인 대변인 등 정치인 가운데 요직에 임명됐던 인사들도 대부분 ‘원조 친박’에는 포함되지 못했던 인물들이다. 여권 관계자는 “친박 이미지가 강한 이들은 오히려 요직에서 배제되고 있는 것 같다”며 “친박들 사이에서는 ‘대선 때 열심히 일했던 이들을 역차별하는 것 같다’는 불만도 나올 정도”라고 전했다. 이명박 정부 초기와 달리 관료 출신을 중용하고 정부기관 산하 연구원(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처럼 ‘비주류’로 분류됐던 이들을 전격적으로 기용한 것도 눈에 띈다.
◆‘믿을맨’은 몇번이라도…
박 대통령은 또 한번 썼던 인물 중에 호흡이 맞으면 끝까지 중용하는 인사 스타일로도 유명하다. 정치권에 입문했을 때 당시의 보좌진을 한번도 교체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들은 지금도 청와대 비서관으로 일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개각설이 끊이지 않음에도 장관 교체를 최소화하는 것도 이러한 스타일 때문이다.
정홍원 총리 역시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공천심사위원장으로 선정한 뒤, 국무총리로 다시 활용한 케이스다. 인수위원 다수가 청와대 수석이나 장관으로 임명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사람을 고를 때 워낙 신중하게 결정하기 때문에 이 과정을 통과한 인사에 대해서는 무한 신뢰를 보낸다”며 “박 대통령과 한번 일했던 인사라면 언제든 요직으로 재발탁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인사를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 대표적인 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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