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시장 '빅뱅' 인터뷰⑤]염규석 편의점協 부회장 "불합리한 규제가 큰 걸림돌"

입력 2014-02-25 13:17   수정 2014-02-25 15:55


[ 노정동 기자 ] CU(보광)와 GS25(GS), 세븐일레븐(롯데 계열), 미니스톱 등 4곳이 치열한 영토 전쟁을 벌이고 있는 사이 대형마트를 운영 중인 신세계 이마트와 홈플러스까지 가세, 국내 편의점 시장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빅뱅'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염규석(49·사진) 한국편의점협회 부회장은 지난 14일 <한경닷컴>과 인터뷰에서 "편의점의 성장을 위해서는 불합리한 규제에 대한 합리적인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인 가구의 증가에 따라 유통채널 중 가장 높은 성장 가능성을 갖고 있는 편의점이 현재 이중 규제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적절한 처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편의점협회는 CU,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씨스페이스 등 국내에서 편의점 사업을 진행하는 가맹본부 5개가 모여 만든 이익단체다.

염 부회장은 1998년 경북대학교 대학원 법학과 졸업 후 2003년 가맹사업거래분쟁조정협의회 사무국장, 2008년 한국공정거래조정원 실장, 2009년 공정거래위원회 경쟁정책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2012년까지 공정위 유통분과 평가위원을 지낸 뒤 지난해 2월부터 한국편의점협회 부회장직을 맡고 있다.

▶지난해 편의점 업계에 부침이 많았다. 가맹본부 간 과당경쟁의 산물이라는 시각이 있다.

"일본 편의점 업계도 2000년대 초반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업체들의 과당 경쟁으로 인해 좋지 않은 일들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업체 간 경쟁체제가 완강하다보니 이 과정에서 가맹점주의 수익성이 떨어진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부분은 업계에서도 반성하고 있는 부분이다. 앞으로는 가맹본부들도 양적성장보다는 개별 점포의 수익을 올리는 방향으로 더 고민할 것이다."

▶지난 14일 예상매출액 서면 제공 등을 골자로 하는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발효됐다.

"전 세계에서 가장 선진화됐다고 알려진 일본의 경우도 중소상인법을 통해 가맹점주에게 예상매출액을 서면으로 제공토록 문서화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소비상황의 변화에 따라 매출액에 변동이 생기면서 점주들의 줄소송이 이어졌다. 긍정적인 점보다는 부정적인 측면들이 이어지자 현재는 폐지된 상태다.

▶'편의점은 24시간 운영하는 유통채널'이란 공식도 깨지게 됐다.

"산업분류표에 따르면 편의점은 24시간 운영하는 소매업이라고 정의돼 있다. 그만큼 24시간 운영은 편의점의 근간이다. 가맹점주들도 점포를 운영하기 전 편의점의 특성을 이해한 상태에서 계약을 맺는다. 또 계약 전 14일간 공정거래위원회 정보공개서를 통해 가맹본부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알 수 있다. 아직 24시간 운영을 포기하는 점주들이 많지는 않지만 편의점이 24시간 운영하지 않는다면 업태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는 부분이다."

▶가맹점주들의 권익 향상 차원에서 점주들의 단체설립 및 협의권도 생겼다.

"가맹본부 입장에서는 가장 우려되는 부분 중 하나다. 일부 가맹본부의 경우 이번 가맹법 시행령 개정안 이전부터 본부와 가맹점주 간 활발한 의사소통을 위해 자발적으로 관련 조직들을 만들었다. 그러나 가맹점주들은 일반 노동자들과 다른 개별 사업자들이다. 가맹본부와 개별 계약을 통해 사업에 뛰어든 만큼 일반 근로자들과는 다른 성격을 갖고 있다. 본부와 점주 간 원만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은 언제든 환영이지만 협의권을 악용하는 것은 향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소규모 유통채널이 주목 받고 있다. 편의점이 가장 수혜를 보는 업태 아닌가.

"편의점 업계는 지난해 경제민주화 이슈와 엮이면서 많이 주춤했다. 수익이 부진한 점포에 대한 정리 작업도 많이 이뤄졌다. 점포가 1년에 최대 3500개까지 늘었던 적도 있지만 지난해에는 230여개 증가하는데 그쳤다. 그나마 다른 유통채널보다 상황이 나았던 이유는 소비자들의 선택 때문이었다. 고령화 등 1인 가구의 증가 영향도 있는 것 같다."

▶편의점이 담배 매출에만 기댄다는 지적이 있다. 편의점 경쟁력 어디서 찾아야 하나.

"우선 고객연령층을 다양화하는 게 과제다. 현재는 20~30대 젊은 층에 몰려 있다. 다른 유통채널이 하지 못하는 틈새시장을 찾아 상품 구성을 다양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 편의점 내 안전상비의약품의 매출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러한 부수적인 기능들도 주목해야 한다. 드럭스토어 같은 융합 매장들도 생각해볼만하다.

▶편의점 업태에 대한 규제가 과도하다는 시각도 있다.

"규제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불합리한' 규제가 문제다. 편의점 업계는 2012년 공정위가 시행한 모범거래기준, 개정 가맹사업법 시행령 등으로 이중 규제를 받고 있는 상태다. 편의점이 대규모유통법에 따라 대형마트와 같은 선상에서 규제를 받는 것도 불합리한 규제에 속한다. 이러한 규제들이 편의점 산업의 성장을 방해한다."

글=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 사진= 한경닷컴 변성현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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