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우 사장 비상경영 체제…눈덩이 적자는 줄였지만…팬택, 2년2개월 만에 또 워크아웃 신청

입력 2014-02-25 22:04  

신제품 판매 호조에도 재무구조 근본 개선없인 독자생존 힘들다 판단

산업銀 , 곧 개시여부 논의



[ 양준영 기자 ]
국내 3위 휴대폰 제조사인 팬택이 2년2개월 만에 다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다. 팬택은 25일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산업은행은 조만간 채권단 회의를 열어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 워크아웃이 수용되면 채권단은 4월까지 회계법인 실사를 거쳐 5월 중 경영정상화 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2년2개월 만에 워크아웃

팬택이 다시 워크아웃을 신청한 것은 근본적인 재무구조 개선 없이는 중장기적으로 생존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팬택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적자가 2500억원에 달했다. 4분기에도 적자를 이어갔다. 6분기 연속 적자다.

팬택의 실적 부진은 국내외 스마트폰 시장 상황과 무관치 않다. 삼성전자와 애플 쏠림 현상이 심화하면서 자금력이 부족한 팬택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특히 국내시장에서 스마트폰 경쟁이 기술력보다는 마케팅에 좌우되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팬택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졌다. 창업주인 박병엽 전 부회장이 지난해 퀄컴으로부터 약 245억원, 삼성전자로부터 530억원의 투자를 이끌어내고, 채권단으로부터 1565억원의 자금을 수혈받았지만 위기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급기야 박 전 부회장이 지난해 9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이준우 사장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지난해 3분기 1900여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팬택은 4분기 적자폭을 300억원 안팎으로 크게 줄였다. 흑자 전환에는 실패했지만 선방했다. 특히 ‘베가시크릿노트’와 ‘베가시크릿업’ 등 신제품의 호조에 힘입어 “스마트폰을 월 20만대씩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 것”

팬택은 이번 워크아웃을 기회로 받아들이고 있다. 팬택 고위 관계자는 “이번 워크아웃은 팬택과 채권단이 강구한 선제적 대응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팬택의 약점은 제품 경쟁력이 있어도 시장에서 쓸 돈이 없다는 것”이라며 “워크아웃을 통해 재무구조가 개선되면 자금 유치가 유리하고 사업도 적극적으로 펼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팬택은 2007년 4월 유동성 위기를 맞아 자발적 워크아웃에 들어갔으나 4년8개월 만인 2011년 말 워크아웃을 졸업한 바 있다. 2007년 3분기부터 워크아웃 졸업 직후인 2012년 2분기까지 20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팬택 측은 “올해 1월 흑자를 기록하는 등 상황이 점차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이번 워크아웃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동통신사뿐 아니라 제조사의 보조금까지 규제하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 국회 통과를 앞둔 것도 팬택에는 긍정적이다. 단말기 유통법은 보조금 등 마케팅비가 부족한 업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3월로 예고된 이동통신 3사의 영업정지는 팬택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최소 30일 이상 영업정지 처분을 내릴 계획이다. 내수시장에 주력하고 있는 팬택 입장에서 통신사 영업정지는 사실상 개점휴업이나 다름없다. 지난해 이동통신사들의 영업정지 기간 중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도 팬택이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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