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낯설지만 사실 클래식카에 대한 관심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특히 자동차 선진국으로 불리는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은 클래식카를 중요한 문화적 유물로 여겨 국가적으로 관리하기도 한다. 조선 초기 고종 황제가 사용했던 캐딜락을 근래에 문화재로 지정한 우리와는 차원이 한참 다르다.
유럽이나 미국, 일본에선 도시마다 클래식카 축제가 열린다. 해마다 열리는 대표적인 축제로 독일 올드타이머 그랑프리, 미국 페블비치 콩쿠르, 일본 도쿄 클래식카 콩쿠르가 꼽힌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도 클래식카 분야에선 당당히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데, 축제가 시작되면 차고에 고이 간직해 둔 보물들이 거리에 쏟아져 나와 마치 기록영화의 한 장면처럼 변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이 광경을 보면서 과거를 회상하고 잠시 추억에 빠져든다.
클래식카 문화에 앞서 있는 독일의 경우 ‘올드타이어(Old timer)'로 클래식카를 부르는데, 시대적 배경을 기준으로 A에서부터 G까지 7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클래식A는 자동차가 발명된 초창기부터 1904년 말까지 생산한 차종이다. 클래식B는 1905년부터 1918년, 클래식C는 1919년에서 1930년까지로 나뉜다. 클래식D는 포스트 빈티지로 1931년부터 세계 제2차 대전이 끝나던 해인 1945년까지 나온 차종이다. 전쟁 중인 탓에 민간 자동차의 공급과 수요는 없었던 반면 전쟁용 자동차는 단시간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뤄낸 시기이기도 하다.
1946년부터 1960년까지 생산한 클래식E는 전후 세대로 불리는데 1961~1970년 나온 클래식F와 더불어 비교적 젊은 클래식카에 포함된다. 그러나 1971년부터 1980년까지 생산된 클래식G에 비하면 역시 고령(?)이다.
클래식카를 시대적으로 구분한 것은 정식 운행을 위해서다. 독일의 경우 자동차 번호판에 ‘H’가 있으면 1969년 7월 이전 생산한 차종이거나 적어도 30년 이상 된 올드타이머로 등록된 차를 나타낸다. ‘H’는 독일어 ‘Historisch’ 즉 ‘역사적’이란 뜻이니 자동차에 역사성이 부여된 셈이다. H가 붙어 공인된 클래식카는 자동차의 원형성, 즉 얼마나 원형에 가까운가에 따라 평가기준이 확립돼 있다. 독일에서는 ‘점수(Note)’ 1부터 5까지 등급을 부여하되 숫자가 낮을수록 보존성이 좋다는 의미로 알려져 있다.
등록이 가능하다는 것은 다른 말로 거래가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특히 클래식카는 문화적, 역사적 가치에 따라 천차만별의 가격이 매겨지는데 오래된 차라도 복원 상태에 따라 값이 달라질 수도 있다. 여기에 몇 대 남지 않은 희귀성까지 갖추면 부르는 게 값이 된다.
한국도 자동차를 직접 생산한 지 50년이 지났다. 독일식으로 구분하자면 1976년 등장한 현대자동차 포니는 클래식G에 해당한다. 물론 클래식F도 있고, 6.25전쟁 때 사용됐던 클래식E도 있다. 그런데 클래식카만 있을 뿐 문화는 별로 없다. 제대로 자리잡은 클래식카 대회조차 없는 게 현실이다. 이제는 우리도 그런 게 하나 정도 필요하지 않을까. 역사로 보면 환갑을 훌쩍 넘어가고 있어서다.
권용주 오토타임즈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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