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결제 수수료 올려 '황금 알 낳는 거위'로 변신
[ 임근호 기자 ]
페이스북은 와츠앱 인수에 190억달러(야 20조3870억원)를 썼다. 라쿠텐은 바이어 인수에 9억달러(약 9657억원)를 들였다. 네이버 라인이 지난해 마케팅비로 쓴 금액은 2668억원에 이른다. 텐센트 위챗의 마케팅 비용도 지난해 2억달러(약 2146억원) 수준이다.
세계 정보기술(IT) 회사들이 이처럼 모바일 메신저에 돈을 쏟아붓고 있는 이유는 단순히 가입자를 많이 확보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모바일 시대에는 메신저가 핵심 플랫폼으로 작동해 앞으로 ‘돈 버는 거위’로 재탄생할 것이란 계산이 깔려 있다. PC로 인터넷을 하던 시절, 네이버가 인터넷을 시작하는 관문이 되면서 막대한 돈을 끌어모았던 것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 것이란 얘기다.
○‘돈 버는 거위’로 변신 중
모바일 메신저가 돈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카카오톡이 세계에서 제일 처음 보여줬다. 2011년 12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던 카카오는 이듬해인 2012년 7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지난해 실적은 아직 발표하지 않았지만 1000억원대 영업이익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비결은 모바일 게임 유통, 스티커 판매, 전자상거래 수수료 등을 통해서다.
카카오톡은 이제 단순히 문자만을 보내는 메신저가 아니다. 사람들은 카카오톡에서 모바일 게임을 골라 친구들과 점수 경쟁을 벌인다. 이용자가 모바일 게임 아이템을 구매할 때마다 그 금액의 21%가 카카오에 돌아간다. 예를 들어 1000원어치를 샀다면 210원은 카카오 몫인 것이다.
‘카카오 선물하기’에서는 커피·빵 쿠폰부터 옷, 장신구, 화장품을 팔고 ‘카카오 페이지’에서는 만화책과 소설 등 각종 디지털 콘텐츠를 판매한다. ‘플러스 친구’에서는 삼성 LG를 비롯해 유니클로 뉴발란스까지 각종 기업들이 광고를 펼치고 있다. 거의 모든 대한민국 국민이 쓰는 메신저가 되면서 각종 기업은 웃돈을 주고서라도 카카오를 통해 마케팅 활동을 펼치려 하고 있다.
○금융·결제 플랫폼으로 진화
이석우 카카오 대표는 지난 24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4’에서 “은행권 및 금융결제원과 협력해 카카오톡을 통해 쉽게 돈을 주고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친구들끼리 게임을 함께 즐기고 음악을 공유하듯 편하게 소액의 돈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모바일 결제는 금융권과 IT기업들이 노리는 궁극의 시장으로 꼽힌다. 막대한 결제 수수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텐센트의 위챗은 온라인 결제에 이어 지난해 9월에는 오프라인 결제 기능까지 지원한다. 우선 베이징에서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을 중심으로 위챗으로 지급할 수 있는 자판기가 보급되고 있다.
택시 예약 앱인 ‘디디다처’와 연동하면 택시 요금도 위챗으로 낼 수 있다. 디디다처는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32개 도시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은행을 이용하려면 별도로 모바일 앱을 설치해야 하는 한국과 달리 중국에서는 위챗에서 바로 자신의 예금을 확인하고 펀드와 같은 금융 상품에 가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메신저로 뉴스 읽고 TV 보고
SK플래닛의 틱톡은 CJ헬로비전의 동영상 서비스 ‘티빙’과 제휴해 메신저상에서 바로 티빙의 영상 콘텐츠를 볼 수 있게 했다. 우선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 부문만 짧게 볼 수 있지만 앞으로는 영화나 드라마도 메신저상에서 구입해 바로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메신저로 친구와 얘기를 나누다 어떤 영화가 재밌다는 추천을 받게 되면 바로 모바일에서 영화를 볼 수 있게 되는 식이다.
각종 지역 정보도 메신저로 통합되는 추세다. 위챗은 지난 18일 ‘중국판 옐프’라 불리는 디안핑에 4억달러(약 4244억원)를 투자했다. 사용자의 위치를 기반으로 인근 지역 식당과 미용실, 소규모 상점 정보를 제공하고 리뷰를 남기는 서비스다. 디안핑은 최근 음식배달서비스를 시작했고 앞으로 호텔 예약과 웨딩업체 정보 제공까지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카카오는 오는 상반기 중 카카오톡에서 뉴스를 읽을 수 있는 서비스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종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터넷 서비스에서의 수익 모델은 유료 콘텐츠 판매, 광고, 전자상거래 등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며 “스티커나 게임 아이템 판매 등으로 시작했던 모바일 메신저 수익원은 뉴스, 음악, 결제, 쇼핑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어 앞으로 몇 년간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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