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챗, 중국시장 확고한 1위
라인, 日·동남아 맹주 역할
페이스북, 와츠앱 인수로 요동
[ 임근호 기자 ]
“메신저 전쟁 속에서 페이스북은 더 이상 선두 업체가 아니다.”
지난해 11월28일 영국계 시장조사업체 온디바이스 리서치는 “지금 모바일 서비스 중에서 가장 ‘핫’한 영역은 메신저”라며 “페이스북은 이 시장에서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홈 그라운드인 미국에선 ‘페이스북 메신저’가 46%로 와츠앱(35%)을 앞서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보면 페이스북의 지위가 위협을 받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온디바이스 리서치가 미국,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네시아, 중국 등 5개국 375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가장 자주 쓰는 모바일 메신저로 와츠앱이 44%의 점유율로 1위에 올랐다. 페이스북 메신저는 35%, 위챗 28%, 트위터 19%, 블랙베리 메신저 17%, 스카이프 16% 순이었다.
○메신저 경쟁 밀리던 페이스북, 와츠앱 인수
지난 19일 미국의 페이스북이 모바일 메신저 와츠앱을 인수한 것은 위와 같은 진단과 무관치 않다. 페이스북은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한 달에 12억3000만명이 쓰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의 활동 중심지가 점차 모바일 메신저로 옮겨가면서 페이스북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었다. 페이스북이 2011년 내놓은 페이스북 메신저도 다른 모바일 메신저들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상황이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는 이날 인수 발표 회견장에서 “페이스북 메신저는 페이스북 친구들과 천천히 대화하는 데 알맞아 휴대폰의 단문메시지(SMS)처럼 재빠르게 문자를 주고받는 와츠앱과는 차이가 있다”고 이를 시인했다.
페이스북은 와츠앱 인수로 4억5000만명에 달하는 모바일 이용자를 한번에 얻게 됐다. 190억달러라는 거액을 들였지만 페이스북의 미래를 위협하던 경쟁자를 없애는 효과도 얻게 됐다. 하지만 네이버 라인과 텐센트 위챗이 맹렬한 속도로 뒤를 쫓고 있어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은행 JP모간은 20일 “와츠앱이 중남미와 유럽에서 오랫동안 선두 업체로 자리잡고 있지만 지난해부터 네이버 라인이 강력한 경쟁자로 나타나며 이들 지역에서 치열한 경합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메신저 빅3, 올해부터 본격 영역 확장
세계 모바일 메신저 시장은 빅3 플레이어에 의해 각각 우세한 지역이 나눠져 있다. 라인은 일본과 태국, 대만에서 ‘국민 메신저’로 통할 정도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동남아시아와 스페인어를 쓰는 중남미 국가에서도 라인의 인기가 높다. 반면 위챗은 13억 인구를 보유한 중국 시장에서 확고한 1위를 지키고 있다. 와츠앱은 미국과 유럽 등 서구권에서 많이 쓰인다.
이렇게 지역별로 분리된 상태가 지속될지 아니면 균열이 생길지는 올해 판가름 날 전망이다. 라인은 지난해 미국법인 ‘라인 유로·아메리카스’를 세우고 올해 미국와 유럽 진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위챗 역시 물량 공세를 바탕으로 세계 시장 공략을 목표로 내세웠고 와츠앱도 페이스북과의 시너지로 아시아 시장 점유율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모바일 메신저는 시장 선점이 기능이나 자금력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지금의 균형이 쉽게 깨지긴 힘들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성종화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각각 와츠앱과 위챗이 선점한 북미와 중국은 라인이 아무리 애를 써도 시장에 침투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반대로 페이스북을 업은 와츠앱이라고 하더라도 라인이 꽉 잡고 있는 일본과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세를 넓히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시장을 선점한 카카오톡의 점유율이 흔들리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이유라는 것이다.
○바이버·스냅챗 등도 메신저 세계대전 참전
빅3 플레이어 외에도 바이버, 스냅챗, 블랙베리 메신저, 카카오톡 등도 모바일 메신저 세계대전에 뛰어들면서 올해 경쟁은 더욱 극심해질 전망이다. 사람들이 문자를 주고받는 일 외에도 게임을 하거나 뉴스를 읽고, 쇼핑을 하는 활동까지 모두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라쿠텐이 14일 바이버를 9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라쿠텐은 바이버를 전자상거래와 게임, 디지털 콘텐츠를 아우르는 유통 채널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아마존’이라 불리는 라쿠텐은 온라인 쇼핑몰, 전자책 서점, 동영상 서비스 등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한국 1위 메신저인 카카오톡도 올해 동남아시아 집중 공략에 나선다. 이미 인도네시아에서는 1500만명의 가입자를 모았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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