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 노조 파업에 협력사 첫 폐업

입력 2014-02-27 20:49   수정 2014-02-28 03:46

광명해운대서비스 "경영 악화" 문 닫아…다른 업체도 줄 이을 듯

협력사 대표들 울분
"나는 바지사장 아니다…노조 요구대로라면 1년차 연봉 5000만원"



[ 김현석 기자 ] “노동조합에서 저를 바지사장이라고 욕할 때마다 가슴엔 피멍이 들었습니다. 사업을 안 했어야 하는데….”(유승철 광명해운대서비스 사장)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의 파업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폐업을 한 협력사가 나왔다. 109개 협력사 중 처음이다.

부산지역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인 광명해운대서비스는 27일 폐업 공고문을 내고 “3월8일 문을 닫는다”고 발표했다. 이 업체는 폐업 공고문에서 “최근 대표이사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경영난이 가중되는 등 회사 내부 사정으로 인해 부득이 폐업한다”고 밝혔다.

이 회사 유승철 대표는 폐업 공고문 옆에 본인의 소회문을 붙이고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왔는지, 예전으로 되돌릴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내가 비록 노동조합에는 ‘투쟁의 대상’ 또는 ‘타도 대상’이었겠지만 이런 와중에도 믿고 따라 준 고마운 분들께 정말 죄송하다”고 했다.

이 업체의 직원은 48명으로 80%가량이 노조원이다. 작년 9월 노조가 결성된 뒤 교섭해 왔으나 1월13일 노조가 파업에 돌입, 경영 환경이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업체 등 부산·경남지역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대표들은 최근 일간지에 “노조 요구대로 하면 경력 1년차에 연봉 5000만원, 25년차에 연봉 1억원이 넘어가고 만 65세까지 정년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호소문을 게재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서비스 논란은 지난해 6월 불거졌다. 은수미 민주당 국회의원, 전국금속노동조합 등이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직원의 실질적 고용주가 삼성전자서비스”라며 위장 도급 의혹을 제기하면서다. 이들은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사 직원 채용에 관여했고 △협력사 직원이 삼성전자서비스 유니폼을 입고 활동하며 △AS 비용이 삼성전자서비스에 입금된다는 점 등을 지적하며 삼성전자서비스가 직접 협력사 서비스 직원을 고용할 것을 주장했다. 협력사 직원 486명도 삼성전자서비스를 상대로 ‘직접 고용하라’며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1998년 서비스사업부를 분사해 삼성전자서비스를 세웠고, 이 회사는 협력사들과 도급계약을 맺고 AS를 제공해왔다고 밝혔다. 또 협력사 소속 수리기사를 교육하고 유니폼 등을 제공해온 것은 양질의 AS를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고용노동부가 작년 6~8월 조사에 나서 “협력사가 삼성전자서비스의 업무시스템 등을 도입한 것은 AS 업무 특성상 전국적으로 균질화된 서비스 제공을 위한 것”이라며 “삼성전자서비스와 협력사 간 관계는 불법파견·위장도급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각 협력사에선 잇달아 노조가 결성됐고 파업은 전국으로 확산됐다. 현재 삼성전자서비스 노조는 삼성전자서비스 109개 협력업체 근로자 6000여명 가운데 약 1500명이 가입해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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