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혁신 넘어 전분야로 확장
조직 내 '숨겨진 자산' 발굴하고
외부 아이디어 적극 활용해야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최근 기업 비즈니스 세계에서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다. 기업들이 연구·개발·상업화 과정에서 대학이나 다른 기업 등 외부 지식을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스마트 시대로 접어들면서 기존 가치가 파괴되고 기술 간 경계가 소멸됐다. 새로운 가치와 새로운 시장이 탄생하면서 오픈 이노베이션은 더욱 중요해졌다. 이젠 기존 기술과 상품의 틀 안에서 사업을 차별하는 데 한계가 있다. 조직 내부의 생각이나 역량만으로는 변화를 쫓아갈 수 없다.
따라서 많은 기업들이 오픈 이노베이션에 관심을 갖지만 진정한 혁신으로 이어진 사례는 아직 드문 것이 현실이다. 기업들이 답습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의 관행을 살펴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
첫째, 연구개발(R&D) 차원을 넘어 전사적인 혁신 활동으로 확장해야 한다. 상당수 기업들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기술 혁신으로 인식하고, 연구소 조직과 기술 개발 프로젝트 차원으로 그 대상을 설정한다. 이러다 보니 전사적 합의가 부족할 뿐 아니라 오픈 이노베이션에 대한 과감한 투자도 하지 않게 된다. 시장이나 사업에 대한 통찰이 부족해 고객 관점의 혁신이 어렵다. 경영진의 실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외부 자원에 대한 오픈 이노베이션에 앞서 자사 안에서 혁신을 활성화해야 한다. 조직이 비대하고 복잡해지면 기업 내부 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중복 투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직 내부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기업 자신도 미처 파악하지 못한 ‘숨겨진 자산’을 발굴할 수 있다. 조직 내 어디에서 무엇을 잘 하는지 파악하면 탐색한 대상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
셋째, 진정한 혁신을 위해서는 ‘기존 박스 채우기’ 전략에서 ‘기존 박스 벗어나기’로 발전해야 한다. ‘기존 박스 채우기’ 전략은 오픈 이노베이션 대상물과 그 콘셉트를 내부에서 미리 설정한 뒤 해당 기술이나 역량을 가진 업체를 찾아 협업하는 방식이다. 기업들은 빠른 성과를 원하기 때문에 이 방식을 주로 구사한다. 기업 내부의 필요가 분명하기 때문에 그 대상만 정확히 발굴하면 어느 정도 성과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반면 ‘기존 박스 벗어나기’ 전략은 오픈 이노베이션 대상과 그 콘셉트 자체를 외부로부터 수용해 설정한다. 성공 확률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차별화된 아이디어가 나타날 수 있어 잠재성은 높은 편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에서 앞선 기업들은 클라우드 소싱을 활용해 기존 박스 벗어나기를 시도한다. 내부의 아이디어만으로는 기존 틀을 깨트리고 차별화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IBM의 이노베이션 잼(Innovation JAM), 제너럴일렉트릭(GE)의 아이디어 컴페티션(Idea Competition) 등이 집단지성 프로그램의 대표적 사례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다양성과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기업 내부의 제한된 자원과 시각으로는 혁신이 어려워졌다. 기존 틀을 벗어나 외부 자원을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
조준일 < LG경제연 연구위원 jicho@lgeri.com</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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