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촨성서 테이블 4개로 시작
삼복더위에도 고객 넘쳐나 20년만에 中전역·美까지 진출
고객은 왕이다
대기손님에게 게임·손톱관리…크림도 짜주는 5성급 화장실
직원은 곧 내 가족
직원 부모에게도 보조금…식당서 화상회식서비스 제공
투자·대출없이 내 돈으로 운영
[ 강영연 기자 ]
2006년 6월 하이디라오 베이징 무단위안점에선 피자헛 KFC 등을 소유한 세계적 외식기업인 ‘얌’의 중국 지역 임원 연간 보고회가 열렸다. 얌이 이곳을 보고회 장소로 결정한 것은 하이디라오의 서비스를 참고해 배우기 위해서였다. 이날 강사로 초청받은 장용 하이디라오 최고경영자(CEO)는 세 시간 동안 성공비법에 대한 질문을 받아야 했다.
중국에서 하이디라오는 이미 하나의 신드롬이다. 베이징에는 ‘훠궈의 기적’이라는 말이 있다. 훠궈는 펄펄 끓는 물에 얇게 썬 고기와 채소를 익혀먹는 음식이라 더운 날엔 찾는 손님이 없다. 많은 훠궈 식당이 여름에 다른 메뉴를 판매하거나 직원들에게 휴가를 주는 이유다. 하지만 하이디라오는 삼복더위에도 하루평균 테이블 순환이 3회 이상일 정도로 손님이 많아 이를 기적이라고 부른다.
1994년 쓰촨성의 테이블 4개짜리 작은 가게에서 시작한 하이디라오는 20년 만에 베이징, 상하이, 시안, 정저우, 톈진, 난징, 항저우, 선전, 광저우 등 중국 24개 도시, 91개 지점에서 1만5500명의 직원이 일하는 기업으로 발전했다.
상상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라
훠궈 식당은 중국에서는 누구나 할 수 있는 흔한 업종이다. 식당 설비를 마련하는 데 돈이 많이 들지 않고 높은 교육 수준을 갖춘 직원을 고용할 필요도 없다. 특히 쓰촨식 훠궈는 맵고 자극적인 맛이라 한번 먹고 나면 미각이 마비돼 맛의 차이도 크지 않다.
황티에잉 전 베이징대 광화관리학원 교수는 “베이징에만 4000개 이상의 훠궈 식당이 운영될 정도로 이 시장은 레드오션”이라고 분석했다. 하이디라오가 처음 생겼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같은 건물에만 7~8개의 훠궈집이 운영되고 있었다. 맛은 비슷했고 가게도 다닥다닥 붙어있으니 가격은 이미 더 내려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이디라오는 서비스에 승부를 걸었다.
식당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같은 동네에서 잘 알고 지내던 간부 한 명이 농촌 시찰을 다녀와 흙이 잔뜩 묻은 신발을 신고 하이디라오를 찾았다. 한 직원은 그의 신발을 닦아 줬고, 고객은 큰 감동을 받았다. 그후로 하이디라오에선 고객의 신발을 닦아주는 서비스가 생겼다.
하이디라오는 차츰 고객에게 작은 감동을 줄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훠궈를 먹으면 휴대폰에 양념이 튀어 더러워질 수 있기 때문에 비닐봉투를 주고 머리가 긴 고객에겐 머리끈을 줬다. 대기하는 동안 고객이 지루하지 않도록 보드게임 테이블도 마련했다. 기다리면서 무료로 과일, 과자, 음료 등을 먹을 수 있고 손톱관리까지 받을 수 있다.
이뿐 아니다. 하이디라오 화장실에 다녀간 손님들은 그 서비스와 청결함에 감탄한다. 화장실에서 손을 씻을 때 직원이 와서 물을 틀어주고 손을 씻고나면 수건을 준다. 핸드크림까지 짜준다. 직원 한 명 이상이 상주하며 관리하기 때문에 위생상태는 5성급 호텔 수준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중국에서 만족할 수 없는 고객서비스로 화가 났을 때 ‘이 가게 주인은 하이디라오에 가서 공부 좀 해야겠다’는 말이 속담처럼 통용된다”고 전했다.
직원들의 마음부터 얻어라
하이디라오가 유명해지면서 많은 식당이 비슷한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그들은 하이디라오를 따라잡진 못했다. 황 교수는 “서비스는 고객 하나하나의 상황에 맞춰 제공하는 것으로 규격화할 수 없어 직원들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며 “하이디라오는 고객을 감동시키기 전에 직원들의 마음을 얻었고 그들의 진심을 고용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이디라오 직원들은 모두 에어컨 등 최고급 시설이 갖춰진 아파트에 산다. 기숙사는 일하는 지점까지 걸어서 20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는 곳에 자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도시에서도 고급 주택지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근무복도 고급 소재로 직접 디자인했다. 오래 서서 활동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발이 아프지 않게 하기 위해서 좋은 브랜드 신발을 제공한다.
직원 대부분이 도시로 일하러 온 농민공이기 때문에 가족도 챙긴다. 매니저 이상 직원의 부모는 매달 회사에서 보조금을 받는다. 우수 직원으로 선정되면 부모에게 여행도 보내준다.
직원들을 믿고 그만큼의 권한도 준다. 100만위안(약 1억8000만원)이 넘는 예산은 사장이 직접 결제하지만 그 이하는 부사장 등이 책임지게 한다. 몇 개 점포를 운영하는 매니저는 30만위안, 점장은 3만위안의 결제권을 가지고 있다. 서빙종업원들도 손님에게 할인을 해주거나 필요하다면 해당 식사를 무료로 제공할 수 있다.
자기 자본으로만 운영한다
하이디라오가 이렇게 독특한 운영방식을 고수할 수 있는 것은 외부 자본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하이디라오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벤처캐피털 등에서 투자를 하겠다고 해도 거절한다. 은행 대출도 받지 않는다.
하이디라오 지점은 평균 1년 반이면 투자금을 모두 회수하는데 한 지점이 투자금을 반쯤 회수했을 때 두 번째 지점을 준비한다. 새로운 지점 인테리어를 하는 데 몇 달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장 CEO는 “만약 투자자의 돈을 쓰게 되면 그들의 계획대로 지점을 열고 운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장사라는 건 사람 사는 원리와 같아서 밥 먹을 때는 먹어야 하고 잘 때는 자야 한다”며 “매년 몇 개 지점을 내고 싶다고 내는 게 아니라 운영 상황과 자신의 능력에 맞게 할 수 있는 만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업은 계속 확장 중이다. 쓰촨성에서 시작된 사업은 중국 전역으로 퍼졌고 2012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싱가포르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지점을 냈다.
2012년에는 중국 정보기술기업인 하웨이와 손잡고 원거리 화상 회식 서비스도 시작했다. 멀리 떨어져 사는 가족이 함께 식사하고 싶어 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식당에는 60인치짜리 모니터 3개가 설치돼 영상통화가 가능한 작은 방이 마련됐다. 이 방에서 양쪽에서 각각 최대 6명이 화상으로 함께 밥을 먹을 수 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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