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통합의 힘'…1등 자존심 되찾는다

입력 2014-02-28 07:11  

Cover Story - 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 통합 마무리
인사 제도·조직 문화 개선
합병 시너지 2014년부터 본격화

"올해 맥주전쟁 승기 잡자"
식당·소매점 영업 강화

칼스버그·기린 등 기술 제휴
젊은 이미지로 브랜드 구축



[ 최만수 기자 ]
하이트진로의 임원회의 시간은 아침 6시30분이다. 8시였던 게 올초부터 바뀌었다. 사내 게시판에는 ‘과거의 영광을 되찾자’는 내용의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박문덕 회장이 작년 말 임직원에게 1등 탈환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자고 선언한 뒤에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박 회장은 당시 전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분노하는 병사는 결코 실패하지 않고, 목숨 걸고 싸우는 병사를 당할 상대는 없다”며 “매순간 마지막이라는 의식을 갖고 끝장정신으로 현재의 위기를 이겨내자”고 강조했다. 하이트진로가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박 회장이 직접 전진깃발을 들어올린 것이다.

박 회장은 평소 드러나지 않는 조용한 행보를 보인다. 그러나 회사의 사활이 걸린 중요한 고비에는 최일선에 등장하곤 했다. 1990년대 초 맥주 시장점유율이 20%대로 떨어지자 수십년간 갖고 있던 ‘크라운’ 브랜드를 하이트로 바꾸고 오비맥주를 추월하는 역량을 발휘했다. 2005년 진로 인수전 때는 경쟁자가 나오지 못하도록 파격적인 응찰가격을 써내 화제가 됐다.

박 회장이 비장한 어조로 올해를 승부 시기로 꼽은 것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맥주전쟁’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세계 1위 맥주업체인 AB인베브가 최근 오비맥주를 인수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설 전망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상반기 내에 롯데맥주를 내놓고 시장에 뛰어든다. 또 하우스맥주(소규모 제조맥주)의 전국 유통이 가능해지며, 수입맥주 시장이 더 커지는 등 시장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더 이상 시장에서 밀리면 ‘끝장’이라는 게 박 회장의 판단이다.

통합 시너지, 올해부터 본격 가동

하이트진로의 지난해 매출은 1조8975억원으로 2012년 2조346억원보다 6.74% 줄었다. 영업이익도 1611억원으로 1년 새 3.65% 감소했다. 실적이 악화된 가장 큰 이유는 맥주 시장에서의 부진이다. 하이트진로는 2011년 오비맥주에 시장 1위를 내줬다. 2010년 55%에 달하던 점유율은 계속 하락해 최근에는 40% 아래까지 밀린 것으로 주류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합병 시너지 효과를 본격화하고 맥주 품질을 강화해 턴어라운드를 달성한다는 전략이다. 하이트진로는 2005년 진로 인수 이후 ‘향후 5년간 통합 영업을 금지한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단서에 따라 통합 영업을 하지 못했다. 2011년 9월부터 소주와 맥주의 통합 영업을 시작했지만 오히려 부진을 겪었다. 각기 다른 영업 방식과 문화를 갖고 있던 맥주직원과 소주직원들이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한 탓이다. 하이트진로는 ‘통합과정에서의 혼란과 그에 따른 영업력 손실이 컸다’고 진단했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사장은 “두 조직 간의 화학적 문화까지 통합하는 것을 목표로 하다보니 시간이 걸렸다”며 “승진, 급여, 보상, 평가 등이 모두 포함된 새로운 체계를 지난해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작년에 사무실, 직원들을 통합했고 신인사제도에 따라 올해 초 인사발령까지 마쳤다”며 “올해부터 본격적인 시너지효과가 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이트진로는 또 통합 영업망을 통해 기존 제조사와 도매상에 국한돼 있던 영업의 축을 올해 식당, 소매점 등 2차 거래처까지 확대·강화할 계획이다. 김 사장은 “과거에는 도매상 중심의 영업이 중심이었지만 맥주의 맛과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에 소매점, 식당 관리가 중요해졌다”며 “수도권 특판지점을 재정비하고 영업조직을 기존보다 30% 확대하는 등 현장영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R&D 투자로 품질 강화

국산맥주가 물처럼 싱겁고 맛이 없다는 논란이 잇따른 데다, 롯데가 프리미엄급 맥주를 내놓을 것이 유력해지면서 올해는 맥주의 품질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하이트진로는 연구개발(R&D) 투자와 브랜드 리빌딩으로 돌파구 개척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 1월 세계 정상급 기업과 ‘월드 비어 얼라이언스(WBA)’를 구축해 하이트, 드라이피니시d 등 자사 맥주의 품질을 국제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덴마크 칼스버그, 일본 기린 등 세계 유명 맥주회사와 기술 및 생산업무를 공조하고 독일의 맥주 전문 컨설팅사인 한세베버리지와 공동연구사업도 진행한다.

프리미엄 맥주시장 공략도 본격화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9월 진한 맛의 에일맥주 ‘퀸즈에일’을 출시했다. 퀸즈에일은 수입맥주의 전유물처럼 여겨진 에일맥주 시장에서 출시 이후 매월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하며 인기몰이를 했다. 손봉수 하이트진로 사장(생산총괄)은 “과거에는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시원한 타입의 라거 맥주를 선호했지만 최근에는 젊은 소비자를 중심으로 단맛을 없앤 드라이 타입, 진한 맛의 에일 타입 등 다양한 맥주가 인기를 끌고 있다”며 “올해도 소비자 요구에 맞춰 신제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트진로는 소주시장에서도 최근 참이슬의 알코올 도수를 0.5도 낮춰 18.5도 신제품을 선보였다.

20년 넘은 브랜드인 하이트의 브랜드 리빌딩 작업도 한창이다. 하이트진로는 드라이피니시d의 브랜드 마케팅을 본격화하고 있다. 손 사장은 “하이트진로는 과거에도 수차례의 위기를 딛고 국내 대표 주류기업으로 성장했다”며 “세계 정상급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통합 시너지효과가 기대되는 만큼 다시 성장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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