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타페 '뻥 연비' 논란 진실은?…국토부·산업부 '힘겨루기'

입력 2014-02-28 09:31   수정 2014-02-28 10:26

"뻥튀기 연비 보상법을 추진중인 국토부(국토교통부)와 에너지 관련법을 쥐고 있던 산업부(산업통상자원부) 간의 밥그릇 싸움이지요. 국무조정실이 중재에 나서지만 타협이 잘 되지 않는 모양입니다."

현대자동차가 싼타페(DM·사진)의 연비를 부풀렸고 그 댓가로 보상액이 1000억원에 달한다는 최근의 언론 보도가 나오자 자동차 업계 종사자가 한 말이다.

이번 '뻥 연비' 논란의 시작은 부처 간 마찰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많다. 왜 일까?

자동차에 표시되는 에너지소비효율 업무는 그동안 산업부 고유 영역이었다. 그러나 국토부가 지난해부터 상용차만 해오던 연비 측정을 승용차까지 확대하면서 정부 부처 간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다.

국토부는 작년 10월 발표한 '자기인증적합조사'에서 싼타페 2.0 연비가 신고된 표시연비(2WD 자동, 14.4㎞/ℓ)보다 약 8% 낮아 허용오차범위(5%)를 넘어섰다며 연비 부적합 판정(쌍용 코란도스포츠 포함)을 낸 바 있다. 보상법을 추진하려는 국토부가 산업부와 마찰을 빚자 언론을 통해 슬쩍 '압박 카드'를 꺼낸 것 아니겠냐는 얘기도 나온다.

현대차는 국토부로부터 연비 부적합 통보를 받고 나서 산업부의 국제표준 조사에선 오차범위 이내의 연비 차를 보여 문제가 없다며 재조사를 요구한 상황이다. 현재 국토부는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성능시험연구소에 의뢰해 추가 테스트에 들어갔다.

현대차 관계자는 "산업부 측정 연비에선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게 회사 입장"이라며 "재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뭐라고 답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했다.

언론에선 이르면 3월말 조사결과가 나올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국토부와 산업부 간 갈등이 풀리지 않으면 결과는 더 늦어질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 자동차운영과 관계자는 27일 <한경닷컴>과 전화 통화에서 "이르면 4월 중에 재조사 결과가 나올 예정인데, 상황에 따라 더 지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 측은 "싼타페 연비 조사 결과를 놓고 국토부와 협의는 계속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코란도스포츠가 연비 부적합 판정을 받은 쌍용차도 국토부가 잘못했다는 입장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산업부 측정 방식은 제조사의 자기 인증에 이어 국내공인기관 4곳을 통해 검증하는데 국토부의 측정 방식은 국제표준 인증을 받지 않아 오히려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산업부가 2003년부터 실시한 연비측정 조사에서 단 한 차례도 연비 부적합 판정을 내린 적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 연비 측정방식이 공정했는지에 대한 논란은 당분간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뻥튀기' 연비 논란의 피해자는 소비자다. 제조사의 상품 정보를 믿고 차를 구매한 사람들은 정부의 이중규제에 떠밀려 무엇이 진실인지 알고 싶어 한다. 결국 제조사에 대한 소비자 불신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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