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칼럼] 통풍유발자, 식탐

입력 2014-03-01 07:00  

과식·과음하는 중년남성에 흔해
고단백·고칼로리 음식 조절해야

송정수 < 중앙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



얼마 전 48세의 건장한 중년 남자가 류마티스내과 외래진료실로 찾아왔다.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오른쪽 다리를 발걸이에 올려놓은 상태였다. 그는 “선생님, 다리가 너무 아픕니다. 자르고 싶을 정도입니다”라고 하소연했다.

이 환자는 평소 술과 육류를 즐기는 전형적인 대한민국 중년 남성이었다. 물론 비만이었다. 그는 얼마 전 사업 파트너와 밤새워 술 전쟁을 벌인 적이 있다고 했다. 술을 마신 다음날 새벽부터 다리가 붓고 아프더니 아침에는 도저히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통증이 심해 119에 실려왔다는 것이다. 평소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개고기 곱창 생선회 참치 새우 조개류 등 못 먹는 음식이 없고, 회식에서 술을 시작하면 ‘두주불사형’이라는 사람이다. 진찰 결과 급성 통풍관절염이었다. 간단히 말해 통풍이다. 원인은 식탐에 있었다.

통풍은 아플 ‘통(痛)’자에 바람 ‘풍(風)’자를 쓴다. 말 그대로 바람만 스쳐도 아픈 병이다. 주로 엄지발가락 관절에 심한 염증이 생긴다. 통증이 너무 심해 통풍으로 관절이 아픈 경우를 발작이라고 부른다. 여자들이 아이를 낳을 때보다 더 고통이 심하다는 말도 있다.

잘 먹고 잘 마시고 부유하면서 뚱뚱한 사람에게서 잘 생긴다고 해 ‘부자병’이라는 별명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부자들의 질병이 아니다. 단백질과 칼로리 섭취가 늘고 비만인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통풍 환자도 급격히 늘고 있다. 통풍은 비만이 있는 중년 남자들에게서 흔하다.

통풍은 요산이라고 하는 단백질 찌꺼기 물질이 몸속에서 과잉 생산되면서 관절과 주위 조직, 그리고 콩팥이나 다른 장기에 침착되면서 발생한다. 방치하면 만성 결절성 통풍으로 진행되는데,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동맥경화 심장병 만성신부전 등 치명적인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어떤 종류의 술이든 많이 마시면 마실수록 통증이 증가하게 된다. 음식 중에는 통풍의 원인물질인 퓨린 함량이 많은 음식을 주의해야 한다. 퓨린이 많이 들어 있는 음식은 닭고기 소고기 돼지고기를 포함한 육류가 대표적이다.

통풍환자들에게 좋은 음식은 쌀 보리 밀 메밀 등의 곡류와 감자 고구마 우유 치즈 등의 유제품, 계란 야채 김이나 미역 같은 해조류, 과일 콩 두부 등이다.

송정수 < 중앙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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