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박심(朴心)' 홍문종이 욕 먹으며 총대 메는 이유...

입력 2014-03-02 14:23  


(손성태 정치부 기자, 국회반장) 새해 들어 새누리당엔 ‘바람 잘 날’이 없다. 6.4지방선거와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 계파 간 갈등이 터져나오고 있어서다.

이런 당내 갈등의 중심에는 친박(親朴·친박근혜)계 핵심 실세로 꼽히는 홍문종 사무총장이 있다. 그가 서청원 김무성 등 유력 당권주자를 제치고 ‘이슈메이커’가 된 데는 사무총장이란 직책 때문이다. 지방선거 출마 후보들의 교통정리를 비롯해 6개가 공석인 당원협의회 위원장(당협위원장) 인선을 도맡아 처리해야 한다.

총선에서 공천이 보장된 당협위원장 자리를 놓고 잡음이 없을 수 없다. ‘뱃지’ 한 개가 왔다 갔다 하는 데다, 누굴 앉히느냐에 따라 전당대회 득표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올핸 지방선거와 전당대회 등 2개 ‘빅이벤트’까지 겹치다 보니 내홍(內訌)은 ‘난타전’ 으로 치닫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선거 후 ‘논공행상'에서 제외된 비주류의 ‘반란’이 시작됐다는 시각도 많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모든 비난이 홍 총장 1인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가 당 사무총장으로서 ‘총대’를 메고 있다는 후한 평가가 있는가 하면 당사자와 상의 없이 ‘중진 차출론'을 공론화시키는 등 ‘월권’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정몽준(MJ) 김황식 황우여 윤상현 남경필 원희룡까지. ‘브랜드’가 된다 싶은 정치인은 현역, 비현역을 가릴 것 없이 그의 입을 거쳐 후보 리스트에 올랐다. 이 문제로 MJ와는 말싸움도 벌였다. 홍 총장이 MJ의 서울시장 출마 고사 입장에 대해 “몸값을 올리려 한다"고 평한데 대해 발끈 한 것이다. 국회의장 당대표 원내대표 등 딴 곳에 시선을 두던 중진의원들에게 ‘선당후사(先黨後私)’의 명분을 외면하면, 당 차원의 정치보복이 따를 수 있다는 위협도 서슴치 않았다.

당내 비주류의 ‘공공의 적’이 된 그는 당협위원장 선정을 놓고 김성태 의원(새누리당)과 치고받으면서,신(新) 앙숙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몇 개 당협위원장 인선과 관련, 김 의원은 “자기 사람만 심는다"며 사당화(私黨化) 논란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현재까지 당내 계파갈등의 전개과정을 지켜볼 때 그가 박심(朴心·박대통령의 심중)을 헤아려 홀로 총대를 메고 있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다. 온갖 비판을 무릅썼던 사안들이 하나둘씩 구체화되고 있는 게 방증이다.

도저히 불가능할 듯 하던 ‘중진 차출론’은 현실화되고 있다. MJ와 김황식 전 총리는 장고 끝에 출마 수순에 들어갔고, 원대대표 경선 의사를 밝혔던 남경필 의원도 경기도지사 출마로 기우는 분위기다.

홍 총장은 사당화 논란에 대해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나 모르는 사람, 자기가 밀지 않은 사람이면 ‘사람 심기’라고 생각하기 쉽다”며 “그날(조직위원장 면접) 처음 만난 사람, 두어 차례 만난 사람도 많은데 그렇게 말하니...곤혹스럽다”라고 말했다.

비주류의 거센 반발로 인선을 미루고 있지만, 중구 경기도 당협위원장도 친박 및 그가 미는 인사로 최종 낙점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 27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는 친박계와 비박계간 갈등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 역설적으로 홍 총장의 당내 위상이 얼마나 높은지를 증명하고 있다.

이날 친박계인 김을동 의원은 이례적으로 발언권을 얻어 친박계와 ‘각’을 세우고 있는 김성태 의원에 대해 공개적으로 성토했다. 서울시당위원장인 김 의원이 서울시당 공직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공천관리위)를 독단적으로 구성했다는 것이다. 이는 친박의 ‘반격’을 알리는 신호탄이며, 배후론 당연하게 홍 총장이 지목됐다.

김 의원은 곧바로 ‘정치보복’이라며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시기적으로 김 의원이 서울 지역 당협위원장 인선을 놓고 친박 지도부를 강도높게 비판한지 불과 하룻만에 벌어진 상황이다.

김 의원은 지난 26일 최고중진의원·시도당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서울 노원을, 구로갑, 동작갑 조직위원장 선정과 관련, “지역 연고와 활동도 없는 인사들을 재력과 특정 당 권력인의 사적 연유로 임명했다”고 비판했다. 당내 ‘중량감’에서 수위를 다투는 김무성 의원도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정말 큰 문제"라며 거들었고, MJ는 “지역구 조직위원장 선정과 관련해 어떤 상의도 없었다"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전당대회 시기를 놓고 친박·비박간 분란은 일단 봉합됐다. 하지만, 나머지 당협위원장 선정을 비롯해 지방선거 최고흥행카드로 떠오룬 서울시장 당내 경선 등 계파 갈등이 불거질 사안은 산적해 있다.

주요 선거구인 서울 중구 당협위원장 인선문제만 해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위원장 후보엔 친이계인 나경원 전 의원과 지상욱 전 자유선진당 대변인이 맞붙고 있다. 지명도에선 나 전 의원이 절대 우세지만, 지 전 대변인은 친박및 청와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 전 대변인은 영화배우 심은하씨의 남편이다. 당 지도부는 이미 지 대변인을 내정했으나, 비주류측 거센 반발로 최종 결정을 미뤄두고 있다.

고희선 전 의원의 사망으로 공석이 된 경기도당위원장 인선을 놓고도 잡음이 많다.당초 김학용 의원이 정책위 수석부의장을 그만두고 경기도당위원장을 맡을 것으로 전해졌지만, 당 지도부가 이 자리를 최근 황진하 의원에게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결정이 미뤄지고 있다.일각에서는 김 의원이 당권을 노리는 김무성 의원을 돕자 친박 지도부가 견제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서울시장 후보를 놓고도 비박계는 정몽준 의원을 중심으로 뭉치는 분위기다. 반면 친박계는 김황식 전 국무총리와 이혜훈 최고위원을 지원하고 있다. 개헌(改憲) 문제 역시 비박계는 “연내 추진”을 주장하는 반면 친박계에선 “지금은 경제를 살릴 때라는 박 대통령 말을 따라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계파갈등의 진원지는 홍 총장이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많다.

그가 친박계 중에서도 핵심 실세라는데 정치권에 이견이 없다. 홍 사무총장은 2007년 17대 대선 경선에서 박근혜 캠프 수도권 조직을 총괄하고 18대 대선에서는 선대위 조직총괄본부장을 맡은 공신 중의 공신이다. 특히 2007년 경선패배 후 차기를 대비해 꾸린 외곽조직 국민희망포럼을 주도하면서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더구나 청와대 눈치를 보는 당청관계에서 홍총장의 역할이 더욱 두드러 졌을 가능성이 크다.

그는 청와대 ‘핫라인’을 둔 몇 안되는 여권내 인사로 꼽힌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홍 총장이 당내 소소한 사항까지 청와대와 밀착 교감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홍 총장에 대한 야당 반응도 대체로 부정적이다.

민주당은 홍 총장에 대해 의회주의를 부정한 청와대 ‘꼭두각시'로 규정하고 있다. 최근엔 그가 이사장으로 있는 아프리카문화예술재단의 인권유린 실태를 제기하면서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홍 총장에 대해 의외의 평가를 내놨다.국가기관 대선개입 등 온갖 의혹정국에서 홍 총장 같은 캐릭터가 친박을 ‘똘똘뭉치게' 하는 구심점이 됐다는 분석을 근거로 들었다. 127명 의원이 제 목소리만 내고, 누구 한명 나서서 총대를 메지 않을려는 민주당과 대비된다는 자기반성적 고언(苦言)도 뒤따랐다.

또다른 민주당 의원은 “박근혜 정부의 업무 스타일이 뭔가 하나 꽂히면 그것을 조금의 수정도 하지 않고 다른 의견은 절대로 듣지 않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며 “이런 스타일을 잘 알고 있는 홍 총장이 앞장서 ‘박심 행동대장’ 역할을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결국, 제2의 ‘홍문종’이 나타날 때까지는 이슈및 디시전 메이커(decision maker)로서 홍 총장의 ‘일거수 일투족’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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