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정현 기자 ] “오늘을 위해 참 오래 기다렸습니다. 인생이란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합니다. 지금 신랑 신부는 드디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인연을 찾아낸 것 같습니다.”
지난 1일 오후 2시 천안 시내 한 예식장. 연단에 오른 최신원 SKC 회장(사진)이 이렇게 주례사를 시작했다. 최 회장이 주례를 맡은 건 이례적이다. 하객으로 참석한 신랑의 SKC 동료들이 적지 않게 놀랄 정도다.
주례를 맡게 된 사연은 이렇다. 신랑인 SKC하스 천안공장의 임관빈 노조위원장(54)이 독신으로 지내는 것을 본 최 회장은 그를 만날 때마다 “결혼하면 주례를 서주겠다”고 약속했다. 마침내 짝을 만난 임 위원장은 작년 말 최 회장을 찾아와 주례를 부탁했다.
최 회장은 결혼식 전날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국제전략문제연구소 태평양포럼 이사회에 참석한 뒤 귀국해 여독도 풀리기 전에 천안으로 달려왔다. 신혼 여행지로 하와이를 추천했고 사비로 부부의 항공비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이 주례 연단에 오른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첫 번째는 지난해 SKC 수원공장 노조위원장의 아들이 장가를 갈 때였다. 두 번 모두 노조위원장의 청이었던 셈이다. SKC 관계자는 “그만큼 노조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기 때문”이라며 “노조와 신뢰를 쌓고 소통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의 이런 노력 덕분에 SKC는 노사화합이 잘되는 기업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SKC 노사는 2007년 ‘항구적 무분규 선언’을 하기도 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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