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아타기 규제'는 당분간 유지
[ 박수진 / 김유미 기자 ] 은행들이 외화대출을 받은 기업이나 개인 사업자를 대상으로 은행 예금이나 보험상품 가입 등을 강제 권유하는 행위(꺾기)에 대해 한국은행이 일제 점검에 나선다.
은행들이 외화대출 갈아타기 규제(신규 대출을 받아 기존 대출금을 갚는 행위를 금지한 조치)를 악용해 기존 차입자의 대출 이자를 과도하게 올리거나 꺾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본지 2월14일자 A1면 참조
한국은행 관계자는 2일 “은행들이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차입자에게 부당한 요구를 강요하고 있는지 등을 점검하기로 했다”며 “필요하면 금융감독원 등 관계 기관과 함께 현장검사를 벌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외화대출 갈아타기 규제를 풀어 달라는 업계의 요구에 대해서는 “외화대출 규제는 외환 부문의 건전성 유지와 환변동위험 관리에서 전문성이 떨어지는 기업이나 개인사업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며 “기획재정부 금융감독원 측과 협의한 결과 규제를 풀었을 때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고 판단해 당분간 규제를 유지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외화대출 규제는 그대로 두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장 점검 등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최근 엔화 약세에 따라 환차손이 줄어드는 등 여건이 크게 개선됐지만 언제 다시 악화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불요불급한 외화대출은 줄여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외화대출 규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8월 나왔다. 원화값이 오르면서 값싼 외화대출로 자금 수요가 몰리면서 갖가지 부작용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2005년 말 257조원이던 외화대출 잔액은 이듬해 420조원으로 163조원(63%)이나 급증했다. 한은은 이에 따라 2007년 8월 ‘외국환거래업무 취급 세칙’을 고쳐 해외 투자와 수출입대금 지급 등 실수요 목적이나 시설 투자 목적을 제외한 모든 외화대출의 신규 취급을 금지했다. 다만 기존 대출은 상환 능력이 없는 기업들의 자금 사정을 고려해 만기 연장만 허용했다.
이 같은 규제의 결과로 지난해 말 현재 외화대출 잔액은 356조원으로 줄었다. 정점이었던 2007년 6월 440조원에 비해 19.3%(85조원) 축소됐다. 이 중 갈아타기 규제를 받고 있는 운영자금 용도 외화대출 잔액은 247조원에서 132조원으로 절반 가까운 수준으로 감소했다.
박수진/김유미 기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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