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병일 기자 ]
부산의 봄은 바닷가에서부터 온다. 바람은 한결 수굿해졌고, 바다의 색깔마저 봄의 기운을 담은 것 같다. 바다에 인접한 용궁사와 드림성당, 그리고 감천문화마을에서 봄이 먼저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승천하는 용의 전설 품은 해동 용궁사
기장군에 있는 해동 용궁사의 경치는 봄에 가장 아름답다. 이름처럼 용궁에 가장 가까운 용궁사는 대표적인 관음성지 중 하나다. 관음성지란 ‘관세음보살이 상주하는 성스러운 곳’이다. 기도 효험이나 영검이 뛰어나 이른바 ‘기도발’이 센 곳이다. 관세음보살을 열심히 되뇌이면 현실의 모든 고통과 번뇌가 눈 녹듯이 사라진다고 한다. 기복신앙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개인의 힘으로 풀 수 없는 문제를 부처와 보살의 힘을 빌려서라도 해결하려는 나약한 인간들의 원초적인 모습이 관음성지를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십이지신상이 늘어선 길을 따라 108계단 입구에는 익살스러운 모습의 포대화상이 서 있다. 배를 만지면 아들을 낳는다는 전설 때문에 포대화상의 배 주위에만 사람들의 손때가 묻어 반질거린다. 일주문을 따라 용궁사 경내로 들어서니 어느덧 봄이 성큼 다가왔음이 느껴진다. 불이문 아래로 바닷물이 드나들고 파도 소리와 독경 소리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너른 바다를 절집 마당으로 삼은 용궁사는 1376년 나옹화상이 창건한 사찰이다. 원래 이름은 보문사였으나 임진왜란 때 소실된 것을 통도사 문창화상이 중창했다. 보문사가 용궁사로 이름을 바꾼 것은 1976년 부임한 정암 스님이 용을 타고 승천하는 관음보살의 꿈을 꾸었기 때문이었다. 절 뒤쪽으로 난 작은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해수관음대불이 마치 바다를 호령하는 모습으로 늠름하게 서 있다. 진심으로 기도하면 꼭 한 가지 소원은 들어준다는 푯말 때문인지 중생들의 기도 소리는 끊이지 않고, 그 아래로 바다는 끊임없이 하얀 포말을 만들어낸다.
바다와 성당이 어우러진 풍경, 드림성당
기장군 바닷길을 따라 가면 이번에는 바다에 연한 성당이 나온다. 마치 유럽의 바닷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독특한 모양의 성당 외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기장 죽성성당이다. 바다와 어우러진 풍경은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하지만 이 성당은 실제 미사를 드리는 성당은 아니다. 드라마 촬영을 위해 만들어진 세트장인데 촬영이 끝난 후에도 원형 그대로 보존됐다. 성당 이름도 원래는 죽성리에 있는 성당이라 해서 기장 죽성성당이었지만 드라마 제목의 ‘드림’을 따서 드림성당이 됐다. 비록 드라마는 흥행에 실패했지만 드림성당은 기장 바다를 찾는 이라면 꼭 한 번쯤 찾는 명소가 됐으니 드라마는 명소를 낳는다는 말이 허언은 아닌 모양이다.
바다에서 성당을 바라보는 풍경도 일품이지만 성당 뒤쪽에서 보는 바다는 참으로 절경이다. 성당 바로 앞, 거북이를 닮은 모양의 바다에는 수많은 갈매기들이 둥지를 틀고 수없이 비행을 한다. 해가 뜰 무렵이면 돌거북이 입을 벌리고 해를 삼키는 듯한 묘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한국의 마추픽추’ 감천문화마을
기장 바다가 아니라 부산 사하에 있지만 역시 바다가 연해 있는 감천문화마을로 가본다. 감천문화마을은 어찌 보면 ‘이런 곳이 관광지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곳이기도 하다. 이 마을이 가진 거라곤 다닥다닥 붙은 산비탈 집들과 미로 같은 골목길이 전부다. 그런데도 지난해에만 35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관광명소가 된 것은 문화를 보는 사람들의 눈이 성숙해진 탓도 있을 것이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감천마을은 파스텔톤의 지붕과 파란색 물탱크가 어울려 독특한 풍광을 이룬다. 마치 한국의 ‘마추픽추’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바다로 눈을 들어보면 마을 전체가 하나의 풍경화를 이루면서 뇌리에 독특한 경험으로 기억된다.
감천문화마을은 피난민들이 만들어낸 ‘달동네’다. 이미 사람의 흔적이 없는 집도 있지만 억척스럽게 삶을 이어간 사람들이 예술인들과 힘을 합쳐 마을을 하나의 예술품으로 만들었다. 벽에는 화사한 그림이 그려졌고 빈집은 ‘기억의 방’ 등 독특한 설치작품으로 변신했다. 승효상, 조성룡, 김인철, 프란시스코 사닌(미국) 등 유명 건축가들이 합세해 명품 건축물까지 만들 계획도 세워졌다. 감천문화마을의 풍광은 밤이 되면 더욱 아름답다. 층층이 이어진 불빛을 따라 하늘 위에 전등이 하나 켜졌다. 뭉근한 달빛 아래 감천마을은 오랫동안 잠들지 않았다.
여행팁
기장 용궁사는 경부고속도로 양산 분기점에서 직진하다 기장해안로를 따라 찾아가면 된다. 죽전성당은 해안로에서 감포 방향으로 더 올라가다 보면 표지판이 보인다. 감천문화마을은 최근 마을 앞에 주차장이 세워졌지만 항상 만차여서 지하철로 가는 것이 편리하다. 부산지하철 1호선 토성역 6번 출구로 나와 2번이나 2-2번 마을버스를 타고 감정초등학교 앞에 내리면 된다.
기장은 곰장어로 유명하다. 짚불곰장어는 기장의 오래 된 명물. 짚불의 향이 잡내와 비린내를 잡아주고 생선은 탱글탱글해서 입맛을 사로잡는다. 바다장어기장꼼장어집(051-751-0606)이 맛있다.
코레일 계열사인 코레일네트웍스(주)가 전국 철도역거점을 기반으로 운영하는 카셰어링 서비스 ‘유카(YOUCAR)’를 이용하면 보다 편하게 부산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유카는 V-트레인, O-트레인(중부내륙관광열차)의 분천역, 철암역, 영월역부터 서울역, 대전역, 부산역, 광주역 등 주요 기차역 25곳, 서울 시내 지하철역 인근 주차장 20여곳에서 서비스 중이다. 박스카 ‘레이’와 ‘프라이드’가 제공된다. 1시간에 4000원. 홈페이지(yourcar.co.kr)에서 예약할 수 있다.
부산=최병일 여행·레저 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부산의 봄은 바닷가에서부터 온다. 바람은 한결 수굿해졌고, 바다의 색깔마저 봄의 기운을 담은 것 같다. 바다에 인접한 용궁사와 드림성당, 그리고 감천문화마을에서 봄이 먼저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승천하는 용의 전설 품은 해동 용궁사
기장군에 있는 해동 용궁사의 경치는 봄에 가장 아름답다. 이름처럼 용궁에 가장 가까운 용궁사는 대표적인 관음성지 중 하나다. 관음성지란 ‘관세음보살이 상주하는 성스러운 곳’이다. 기도 효험이나 영검이 뛰어나 이른바 ‘기도발’이 센 곳이다. 관세음보살을 열심히 되뇌이면 현실의 모든 고통과 번뇌가 눈 녹듯이 사라진다고 한다. 기복신앙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개인의 힘으로 풀 수 없는 문제를 부처와 보살의 힘을 빌려서라도 해결하려는 나약한 인간들의 원초적인 모습이 관음성지를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십이지신상이 늘어선 길을 따라 108계단 입구에는 익살스러운 모습의 포대화상이 서 있다. 배를 만지면 아들을 낳는다는 전설 때문에 포대화상의 배 주위에만 사람들의 손때가 묻어 반질거린다. 일주문을 따라 용궁사 경내로 들어서니 어느덧 봄이 성큼 다가왔음이 느껴진다. 불이문 아래로 바닷물이 드나들고 파도 소리와 독경 소리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너른 바다를 절집 마당으로 삼은 용궁사는 1376년 나옹화상이 창건한 사찰이다. 원래 이름은 보문사였으나 임진왜란 때 소실된 것을 통도사 문창화상이 중창했다. 보문사가 용궁사로 이름을 바꾼 것은 1976년 부임한 정암 스님이 용을 타고 승천하는 관음보살의 꿈을 꾸었기 때문이었다. 절 뒤쪽으로 난 작은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해수관음대불이 마치 바다를 호령하는 모습으로 늠름하게 서 있다. 진심으로 기도하면 꼭 한 가지 소원은 들어준다는 푯말 때문인지 중생들의 기도 소리는 끊이지 않고, 그 아래로 바다는 끊임없이 하얀 포말을 만들어낸다.
바다와 성당이 어우러진 풍경, 드림성당
기장군 바닷길을 따라 가면 이번에는 바다에 연한 성당이 나온다. 마치 유럽의 바닷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독특한 모양의 성당 외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기장 죽성성당이다. 바다와 어우러진 풍경은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하지만 이 성당은 실제 미사를 드리는 성당은 아니다. 드라마 촬영을 위해 만들어진 세트장인데 촬영이 끝난 후에도 원형 그대로 보존됐다. 성당 이름도 원래는 죽성리에 있는 성당이라 해서 기장 죽성성당이었지만 드라마 제목의 ‘드림’을 따서 드림성당이 됐다. 비록 드라마는 흥행에 실패했지만 드림성당은 기장 바다를 찾는 이라면 꼭 한 번쯤 찾는 명소가 됐으니 드라마는 명소를 낳는다는 말이 허언은 아닌 모양이다.
바다에서 성당을 바라보는 풍경도 일품이지만 성당 뒤쪽에서 보는 바다는 참으로 절경이다. 성당 바로 앞, 거북이를 닮은 모양의 바다에는 수많은 갈매기들이 둥지를 틀고 수없이 비행을 한다. 해가 뜰 무렵이면 돌거북이 입을 벌리고 해를 삼키는 듯한 묘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한국의 마추픽추’ 감천문화마을
기장 바다가 아니라 부산 사하에 있지만 역시 바다가 연해 있는 감천문화마을로 가본다. 감천문화마을은 어찌 보면 ‘이런 곳이 관광지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곳이기도 하다. 이 마을이 가진 거라곤 다닥다닥 붙은 산비탈 집들과 미로 같은 골목길이 전부다. 그런데도 지난해에만 35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관광명소가 된 것은 문화를 보는 사람들의 눈이 성숙해진 탓도 있을 것이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감천마을은 파스텔톤의 지붕과 파란색 물탱크가 어울려 독특한 풍광을 이룬다. 마치 한국의 ‘마추픽추’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바다로 눈을 들어보면 마을 전체가 하나의 풍경화를 이루면서 뇌리에 독특한 경험으로 기억된다.
감천문화마을은 피난민들이 만들어낸 ‘달동네’다. 이미 사람의 흔적이 없는 집도 있지만 억척스럽게 삶을 이어간 사람들이 예술인들과 힘을 합쳐 마을을 하나의 예술품으로 만들었다. 벽에는 화사한 그림이 그려졌고 빈집은 ‘기억의 방’ 등 독특한 설치작품으로 변신했다. 승효상, 조성룡, 김인철, 프란시스코 사닌(미국) 등 유명 건축가들이 합세해 명품 건축물까지 만들 계획도 세워졌다. 감천문화마을의 풍광은 밤이 되면 더욱 아름답다. 층층이 이어진 불빛을 따라 하늘 위에 전등이 하나 켜졌다. 뭉근한 달빛 아래 감천마을은 오랫동안 잠들지 않았다.
여행팁
기장 용궁사는 경부고속도로 양산 분기점에서 직진하다 기장해안로를 따라 찾아가면 된다. 죽전성당은 해안로에서 감포 방향으로 더 올라가다 보면 표지판이 보인다. 감천문화마을은 최근 마을 앞에 주차장이 세워졌지만 항상 만차여서 지하철로 가는 것이 편리하다. 부산지하철 1호선 토성역 6번 출구로 나와 2번이나 2-2번 마을버스를 타고 감정초등학교 앞에 내리면 된다.
기장은 곰장어로 유명하다. 짚불곰장어는 기장의 오래 된 명물. 짚불의 향이 잡내와 비린내를 잡아주고 생선은 탱글탱글해서 입맛을 사로잡는다. 바다장어기장꼼장어집(051-751-0606)이 맛있다.
코레일 계열사인 코레일네트웍스(주)가 전국 철도역거점을 기반으로 운영하는 카셰어링 서비스 ‘유카(YOUCAR)’를 이용하면 보다 편하게 부산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유카는 V-트레인, O-트레인(중부내륙관광열차)의 분천역, 철암역, 영월역부터 서울역, 대전역, 부산역, 광주역 등 주요 기차역 25곳, 서울 시내 지하철역 인근 주차장 20여곳에서 서비스 중이다. 박스카 ‘레이’와 ‘프라이드’가 제공된다. 1시간에 4000원. 홈페이지(yourcar.co.kr)에서 예약할 수 있다.
부산=최병일 여행·레저 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