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유리 기자 ] 지난 25일 오스트리아의 대표적인 산업 도시 그라츠(Graz)에 위치한 마그나파워트레인 일츠(Ilz) 공장. 현대자동차 제네시스의 사륜구동 시스템 'H트랙'이 전량 생산되는 이곳에선 이색적인 광경을 볼 수 있다. 현지 생산자의 작업복마다 태극기가 부착돼 있기 때문. 며칠 전 공장을 방문한 현대차 임직원들을 환영하는 의미로 준비한 작업복이다.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파워트레인에서 한국 완성차 업체가 차지하는 입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사륜구동 조립 라인 사이로는 부품을 담은 카트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일츠 공장에서 차로 20분 가량 떨어진 라나(Lannach) 공장에서 생산된 부품들이다.
라인에 공급된 부품은 조립을 거쳐 테스트에 들어간다. 각 바퀴에 토크를 제대로 분배하는지, 토크 분배 시 진동과 소음은 어느 정도인지를 측정하는 실험이다.
현대차 H트랙 조립 라인에선 BMW X드라이브, 마세라티 기블리S Q4 등 유수 프리미엄 브랜드의 사륜구동 시스템도 만들어진다. 모두 노면 상태에 따라 앞뒤 바퀴의 구동력을 변화무쌍하게 바꾸는 전자식 사륜구동이라는 게 공통점이다.
다만 각 브랜드에 따라 사륜구동을 작동시키는 소프트웨어 측면에선 차이가 있다. 예컨대 H트랙은 주행 방식(노멀/스포츠 모드)에 따라 구동력 배분을 제어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유수의 브랜드 중 조립 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것은 단연 H트랙이다. 주말을 포함해 3교대로 24시간 돌아가는 라인이 H트랙의 인기 덕에 더 바빠지고 있어서다.
슈테판 프레터호퍼 마그나파워트레인 조립공정 책임자는 "당초 현대차 측은 신형 제네시스의 사륜구동 채택 비율을 30% 가량으로 예상했다"며 "제네시스 출시 후 H트랙이 예상보다 큰 인기를 끌면서 생산 라인도 바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형 제네시스의 전체 판매량 가운데 H트랙의 선택 비율은 70%가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H트랙의 인기에 힘입어 신형 제네시스는 올 들어 2월까지 7892대가 판매됐다. 두 달 만에 이미 지난해 판매량(1만2147대)의 64%를 달성했다.
H트랙이 판매 호조를 보이면서 마그나파워트레인도 생산량 확대를 준비 중이다. 새로운 자동화 라인을 구축해 늘어나는 수요에 대비하겠다는 전략이다.
프레터호퍼 책임자는 "3주 전 새로운 자동화 라인을 개발해 시범 운행 중"이라며 "H트랙이 생산되는 라인에도 조만간 투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내년 하반기부터 신형 에쿠스에 탑재될 H트랙 생산에도 대비할 계획이라고 마그나파워트레인 관계자는 귀띔했다.
마그나파워트레인은 캐나다에 본사를 둔 글로벌 자동차 부품업체로 전 세계 32곳에 생산 공장을 뒀다. 한국에도 2010년 현대위아와 합작법인인 위아마그나파워트레인을 설립, 이륜과 사륜 모드를 자동으로 전환해주는 전자식 커플링을 생산하고 있다.
유럽 생산 기지의 중심지인 오스트리아 라나·일츠 공장은 사륜구동 시스템을 주력으로 만들고 있다. 지난해엔 BMW X드라이브의 트랜스퍼 케이스(후륜기반 사륜구동 시스템), 메르세데스-벤츠의 4륜구동 커플링, 폭스바겐 4모션 등에 들어가는 2950만 여개의 부품을 생산했다.
그라츠(오스트리아)=한경닷컴 최유리 기자 nowher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