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팅만 해도 그렇다. 3차원 제품 형상을 디지털로 설계하고, 다양한 소재를 쌓아올리는 방식으로 입체구조물을 제작하는 이 기술은 밖에서 3차 산업혁명으로까지 불린다. 물론 이 기술이 대중화되면서 총기류처럼 허가 및 통제가 필요한 제품을 불법 복제하는 등의 범죄 우려가 있다는 점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우려는 어디까지나 우려일 뿐이다. 더구나 한국은 이런 기술이 겨우 시작단계다. 만약 부작용이 두렵다고 기술발전을 막기 시작하면 그야말로 구더기 무섭다고 장 못 담그는 격이다. 이제 막 싹을 틔우려는 사물인터넷 등 스마트네트워크를 놓고 벌이는 개인정보 침해 논란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기술영향평가를 통해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응할 목적이라지만 오히려 역효과가 클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기술 중립적이어야 할 정부가 기득권을 고수하려는 세력에 힘을 실어 주면 새로운 기술에 대한 진입장벽만 고착화될 뿐이다. 선진국보다 앞서가던 배아복제 줄기세포 분야에서 황우석 논문 조작 사건이 터지자 이때다 하고 불어닥친 생명윤리라는 거센 역풍 탓에 선진국에 주도권을 내 준 경험도 있다. 이것도 부족해 선진국을 열심히 따라가도 될까 말까 한 신기술에까지 찬물을 끼얹어서야 되겠는가.
한때 기술영향평가를 도입했던 미국에서조차 이런 유의 평가는 시들해졌다. 미래 성장동력을 만들겠다고 출범한 미래부가 왜 이렇게 엉뚱한 일만 벌이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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