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 '노예 12년' 작품상 쾌거…'그래비티' 7관왕

입력 2014-03-03 20:45   수정 2014-03-04 04:35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

'달라스…'의 매코너헤이 남우주연·블란쳇 여우주연상
국내 관객 1천만 돌파 '겨울왕국' 장편 애니상 수상



[ 유재혁 기자 ] 영화 ‘노예 12년’이 작품상 등 3관왕, ‘그래비티’가 감독상 등 7관왕에 각각 올랐다.

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86회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노예 12년’은 작품상과 여우조연상(루피타 니옹), 각색상 등 3관왕을 차지했다. ‘그래비티’는 감독상을 비롯해 촬영, 편집, 시각효과, 음악, 음향, 음향편집 등 기술상을 싹쓸이하며 7개 부문 상을 석권했다.

‘노예 12년’을 제작한 브래드 피트는 배우가 아닌 제작자로 아카데미상을 처음 거머쥐는 쾌거를 이뤘다. 피트는 “내게는 큰 영광이다. 내 뒤에 서 있는 배우, 제작진 등과 함께 일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제작사 플랜비를 운영하고 있는 피트는 흑인인 스티브 맥퀸 감독의 데뷔작 ‘헝거’를 본 후 ‘노예 12년’ 연출을 제의했다. 맥퀸 감독은 “정말 훌륭하고 환상적인 팀워크였다”며 “이 작품을 모든 노예와, 노예처럼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바친다”고 말했다. ‘노예 12년’은 1841년 미국 뉴욕에서 한 흑인 음악가가 납치된 뒤 12년간 노예로 살았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시대극이다.

‘그래비티’로 감독상을 받은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많은 것을 바꿔준 놀라운 경험이었다”며 “특히 이 작품의 영혼과 같은 여주인공 샌드라 블럭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쿠아론 감독은 제71회 골든글로브, 제67회 영국 아카데미, 제66회 미국 감독조합상에 이어 이번 오스카상까지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그래비티’는 우주정거장에 머물던 우주비행사가 허블 우주망원경을 수리하던 중 우주에 떠돌던 잔해물(데브리)들과 충돌하며 겪는 고난을 그린 작품이다.

1980년대 미국 텍사스주를 배경으로 에이즈에 걸린 남자들의 투병기를 그린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에서 바짝 마른 에이즈 환자로 열연한 매슈 매코너헤이는 남우주연상, 죽어가는 동성애자 역할을 소화한 제라드 레토는 남우조연상을 각각 받았다.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이 영화는 분장상까지 3관왕에 올랐다. 이번 배역을 위해 20㎏이나 감량한 매코너헤이는 “자아에 존중감을 가지라고 가르쳐주신 어머니, 늘 용기를 북돋워준 아내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우디 앨런 감독의 ‘블루 재스민’에서 빈털터리가 된 귀부인 역할을 빼어나게 연기한 케이트 블란쳇은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블란쳇은 “이 영화가 흥행에도 성공해 자랑스럽다”며 “여주인공이 등장하는 영화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깨뜨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여인과의 사랑을 그린 ‘허’에는 각본상이 주어졌다. 한국에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은 장편 애니메이션 부문상과 주제가상을 받았다. 여가수 이디나 멘젤은 시상식장에서 주제곡 ‘렛잇고’를 열창해 기립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한국 팬들은 “박자가 너무 빨랐다”고 질책하는 글들을 쏟아냈다.

가장 많은 총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던 ‘아메리칸 허슬’은 단 한 개의 상도 수상하지 못했다.

시상식 스폰서로 나선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간접광고도 선보였다. 사회자인 여성 코미디언 엘렌 드제너러스는 갤럭시노트3를 꺼내더니 배우들에게 모이라고 손짓했다. 객석에 앉아 있던 메릴 스트립을 비롯해 제니퍼 로센스 브래드 피트, 줄리아 로버츠 등이 모여들자 사진을 찍어 트위터에 올렸다. 사진은 폭발적인 반응을 낳으며 누리꾼들이 앞다퉈 해당 사진을 재전송했다. IT 전문매체 벤처비트는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 최고 승자는 삼성이라고 평했다.

'노예 12년'은 어떤 영화

폭력적 노예제도에 희생된 개인의 삶 들춰내

솔로몬 노섭이란 실존 인물의 자서전을 옮긴 영화 ‘노예 12년’(스티브 맥퀸 감독·사진)은 미국의 노예제와 폭력사에 희생된 개인의 삶을 통해 인간의 조건을 되묻는 작품이다. 배우들의 호연, 뛰어난 촬영기법, 군더더기 없는 연출력이 돋보인다는 평가다.

노예제가 있던 남부와 흑인이 자유민으로 살아가던 북부로 나뉘어져 있던 1841년 무렵 미국에서는 흑인 납치 사건이 만연한다. 흑인 솔로몬 노섭(치웨텔 에지오포 분)은 바이올린 연주자로 뉴욕에서 부유하게 살던 중 사기꾼들의 꾐에 빠져 워싱턴 공연을 떠난다. 만취해 잠에 들었다가 깨어나보니 몸에 족쇄가 채워져 있다. 그는 졸지에 도망친 노예로 신분이 바뀌어 남부 농장으로 팔려간다. 관대한 농장주(베네딕트 컴버배치 분)와 악독한 주인(마이클 파스벤더 분) 등으로 전전하면서 흑인 노예의 비참한 삶과 인권 실태를 고발한다.

지옥 같은 생활에서 노섭을 버티게 하는 힘은 빼앗긴 행복을 언젠가는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과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는 생존 의지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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